특수교육 개론을 가르칠 때면 나는 항상 메이어 쉐빈(Mayer Shevin)의 ‘우리와 저들을 표현하는 언어’라는 글을 소개한다. 그 글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사물을 좋아하는 것이고 저들은 사물에 고착증세를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가 되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고 저들은 관심을 끌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고 저들은 이탈행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권리주장을 하는 것이고 저들은 반항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고 저들은 상동행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명하게 친구를 골라 사귀는 것이고 저들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인내심을 보이는 것이고 저들은 집요함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고 저들은 사람들을 의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밖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이고 저들은 밖으로 도망을 가는 것이다.
우리는 주장을 하는 것이고 저들은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을 바꾸는 것이고 저들은 쉽게 목표를 상실하고 집중력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저들은 숙련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고 저들은 ???
‘아전인수’라는 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자기에게 이로운 쪽으로 설명을 하게 된다.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나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번쯤 우리의 사고방식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장애아동을 교육하고 장애인을 위해 봉사를 한다고 하면서도 우리의 행동을 재는 잣대와 그들을 재는 잣대가 다르지는 않을까? 난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비장애인의 역할을 하면서도 스스로 장애인인 나는 양쪽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갖는 기대가 이중적이란 연구 결과가 있다.
난 항상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편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도 구슬치기며 딱지치기, 자치기, 줄넘기까지 동네 개구쟁이들과 어울려 놀아 땀과 먼지로 범벅된 얼굴에 크게 웃는 입만 보여 스마일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늘 주변사람들로부터 성격이 밝다는 말을 많이 들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비장애인들의 이중적인 기대에 당황해 한 적이 많다. 즉 많은 비장애 어른들은 나에게 장애를 가진 아이답지 않게 ‘너무’ 밝다는 것이다.
스스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가 아니냐며 장애를 가진 아이답게 뭔가 좀 우울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같은 사람들이 비관적이고 자신의 장애로 힘겹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용기를 가지고 밝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그룹 홈을 방문해 보면 장애인이기에 비장애인보다 보다 어려운 기대 속에서 산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닐 연령의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방과 집을 깨끗이 청소하며 살까? 그룹 홈을 가보면 뽀드득 소리가 들릴 정도로 부엌이며 화장실이 깨끗이 청소되어 있고, 침실에 들어가 보면 누가 누워서 잤을까가 의심이 될 정도로 침대가 호텔보다 더 잘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난 마음이 아프기까지 하다.
한국에서는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여러 가지 행사를 한다. 특별한 행사도 좋지만 그날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에 따라 이해하고 수용하는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고 모든 사람이 좀 편안하고 넓은 마음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이루는 계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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