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이 아닙니다, 승패만이 아닙니다
꾸러기 아들딸에게 웬 축구냐 누가 묻거든…
실리콘밸리한국학교(교장 허준영) 어린이축구단(감독 문동일). 토요 한국학교 특별활동 일환으로 축구놀이를 시작한지 갓 두달쯤 지났다. 그나마 처음엔 40분가량 맛만 보는 식이었다. 북가주 한인사회 1호 ‘제대로 된 어린이팀’으로 키워볼 요량으로 문 감독이 허 교장을 설득해 요즘엔 1시간정도로 늘었다.
뿐만 아니다. 유니폼도 축구화도 다 갖춰지지 않았다. SV한국학교가 터잡은 쿠퍼티노 하이 구장에서 이웃 커뮤니티 또래팀과 첫 평가전을 가진 지난 12일(토)에도 그랬다. 긴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고 맨 운동화를 신고 뛰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상대는 실리콘밸리 10세이하 유스리그에서 짱짱한 실력을 발휘해온 디앤자 포스(De Anza Force). SV유스리그 리더인 일본계 5세 마이크 후지모토씨가 지도하는 이 팀은 인도계 일본계 백인 등 재간둥이 다인종 축구새싹들로 구성됐다. 1주일에 2차례씩 강훈련으로 팀웍을 다지면서 유스리그에서 풍부한 실전경험을 쌓았다. 유니폼 스타킹 축구화 정강이보호대 등 갖춰야 할 장비를 빠짐없이 갖췄음은 물론이었다.
원(One) 투(Two) 쓰리(Three) 포스(Force)! 전후반 25분씩,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빙 둘러서 우렁차게 외치고 제자리를 찾아간 디앤자 포스 선수들은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가 무섭게 몰아붙였다. 줄창 골이 터졌다. 응원차 나온 장안평씨의 고함도 줄창 터졌다. 막아, 막아! 쫓아가! 패스해야지! 뛰어! 아니 뒷짐 지고 뭐해? 전반전에만 0대5. 해프타임이 되자 잔디에 드러눕는 등 퍼지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었다(사진 ⑤). 훨씬 더 밀릴 줄 알았던 후반전에 한골씩 주고받은 것은 놀라운 뒷심이었다.
저 애들은 늘 해오던 애들이고 우리 애들은 오늘 첫 경기인데 이만하면 잘한 거여. 된다고, 조금만 다듬으면 된다고. 우리 애들이나 학부형들이 오늘 뭐가 부족한지 알게 된 것만 해도 큰 거여. 진짜 중요한 것은 1주일에 한번씩이라도 이렇게 모여서 운동을 하는 거, 이거여. 아니 어른들도 이런 날 집에만 있으면 뭐해, 애들 뛰는 거 보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하는 거지. 경기 가보면 미국사람들 정말 대단해요. 뛰는 애들보다 응원하는 부모들이 더 난리라고.
축구이민 한국인 1호격인 문동일 감독(축구지도자로 이민비자 승인을 받았다)은 당장 스코어보다는 ‘축구와 함께 활력있는 위크엔드’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다 허준영 교장은 축구를 하면서 협동정신을 배우고 리더십도 키우는 교육적 측면을 보탰다.
경기력 측면에선 갈 길이 아득하지만, 이 축구단 덕분에 내민 상서로운 떡잎들은 벌써 몇줌이다. 건강한 주말 보내기는 기본이다. 자칫 ‘나’밖에 모를 10세 안팎 어린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밀어주고 당겨주고 ‘우리’를 위해 ‘나’를 쓰이도록 하는 이치를 알게 모르게 체득해 나간다는 건 엄청난 보너스다.
게다가 이상호 SF축구협회장은 이들에게 공 한꾸러미와 물 몇박스를 선사하고, 장안평 씨 등은 목이 쉬어라 독려하면서 축구삼매경에 빠져들고, 국선도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SV한국학교 홍승환 교사는 주무역을 맡아 이들을 뒷바라지하고, 고교생 축구선수 김진섭 군은 자원봉사 트레이너로 참여하고, 학부형들은 두런두런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더욱 끈끈한 하나가 되고….
이 축구단은 올해 봄 유스리그 정식참여를 꿈꾸고 있다. 문호는 10세 안팎 한인 어린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문의 : 문동일 감독 (408)449-8546, 홍승환 주무 (408)476-1474). SV한국학교 재학생이 아니라도 된다. 훈련은 매주 토요일 점심시간쯤부터 1시간 내지 1시간30분가량 쿠퍼티노 하이 구장에서 실시된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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