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탄 길고 검은 차를 수차례 보았지만 한 번도 그 얼굴을 본적은 없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 강제동원 되어 수 시간을 기다리지만 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때로는 분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당시 어린이들은 장래에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며 자랐다.
경무대에서 하야하는 초췌한 대통령을 보았고, 검은 안경을 즐겨 쓴 장군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것부터 측근의 총격으로 쓰러지는 비극을 눈앞에 보기도 했다. 그리고서 여섯 사람이 대통령의 옷을 입었다. 그 영욕의 자리는 수레바퀴처럼 돌아서 이제 다시 새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4.19 묘역이나 광주에 묻힌 열사들의 영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오랜 세월 외로움 속에 타향살이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조국은 이제 눈부시게 다가오고 있다. 또 똑같이 길에 서서 보이지 않던 대통령을 기다렸던 그들이 자라서 이제 그 꿈을 이루려 하는 것이다. 조국의 역사를 짊어지려함에 찬사와 격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운하를 놓아 산간벽지에도 경제와 문화가 들어가게 한다는 생각은 설령 실용성이 없다 해도 가슴을 뛰게 한다. 극동 러시아를 개발하여 동해 산업부흥을 열고자 하는 구상과, 서해를 열어서 동남아의 허브를 만들고자 하는 일련의 기획은 조국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신나는 일이다.
정치가는 입으로 산다고 하지만, 발과 손으로 살아 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별나게 언변이 좋은 정치가들을 보면 그 화려한 말 만큼 뜨거운 마음과 정성이 따라갈까 의구심이 생겨남을 어쩔 수가 없다. 어수룩한 사람이 매듭진 손과 부끄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꿔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냄새나는 개울에 맑은 물이 흐르고 어린이는 자라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꿈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린다.
양민교/ 의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