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신시네티의 세튼 고등학교 체육관. 초록색 티셔츠를 입은 여학생들이 떼 지어 들어와 의자에 앉더니 일제히 머리를 앞으로 숙인다. 400여명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원봉사자들은 여학생들의 긴 머리채를 손에 잡고 가위로 싹둑 잘라낸다. 이날 머리를 자른 이 학교 학생, 친구, 자매들은 200여명. 이들은 모두 이날의 머리카락 기부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몇 달씩 머리를 길렀다. 자신의 탐스러운 머리타래를 암 투병 여성들을 위한 가발용으로 내어 놓는 이색적 나눔의 행사이다.
암이나 탈모증 환자위한 모발기부 인기
“돈 없이 할 수 있는 선행” 젊은층 호응
<머리타래를 기부하기 위해 모인 신시네티, 세튼 고등학교 여학생들. 암 투병 중인 여성이나 어린이들, 혹은 탈모증 어린이들에게 가발을 만들어 주기 위한 모발 기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동전을 모으고 세차를 하는 행사는 이제 한물갔다. 요즘 젊은 층에 가장 인기 있는 자선 활동 중의 하나는 머리를 길게 기르는 것이다. 머리를 길러 자른 후 난치병으로 가발이 필요한 어린이나 여성들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다.
여학생들이 가장 주류를 이루지만 여학생만도 아니다. 남학생들이 바 미츠바에서 머리를 자르기도 하고 바이커 클럽의 어른들도 머리카락을 내어 놓는다.
머리카락 기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재정적 부담 없이 남을 도울 수 있기 때문. 특히 어린 학생들로서는 이처럼 쉬운 자선 행위도 없다.
“내가 내어 놓은 선물이 지금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느낌을 사람들은 좋아 한다”고 자선단체 감독 기관의 한 책임자는 말한다. 불치병, 난치병으로 투병중인 여성, 어린이들을 돕는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신시네티 세튼 고교의 머리카락 기부행사에 참가한 젠 셔먼(16)이라는 소녀는 엄마와 이모를 암으로 잃은 아픔이 있다. “그분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했어요. 그분들을 기억하기 위한 길이지요”
캘리포니아 알바니의 엘리자 스튜버라는 소녀는 지난해 7월 자신의 밧 미츠바 행사를 기념해 치렁치렁한 갈색 머리타래를 기부했다.
머리카락 기부가 붐을 이루자 위스컨신의 한 교도소는 죄수들이 수감기간 중 내내 머리를 길러 석방 때 자르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기부된 머리카락을 이용해 가발을 만드는 자선단체 중 가장 큰 단체는 ‘사랑의 머리타래’(Locks of Love). 플로리다, 레이크 워스에 소재한 이 단체의 본부에는 매주 최고 2,000개의 기부가 들어온다. 6명 직원과 10-15명 자원봉사자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다.
이들 직원과 봉사자는 기부된 머리타래들 중 가발에 쓸 만한 것들을 골라 가발 제조사 테일러 메이드로 보내는 데 애석하게도 이 과정에서 80%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흰머리나 젖은 머리, 짧은 머리, 염색·파마 등을 한 머리는 접수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명시하고 있는데도 이를 모르고 기부한 모발들이다.
‘사랑의 머리타래’ 사무실에서 일차 고른 모발을 테일러메이드로 보내면 거기서 다시 절반을 걸러낸 후 가발 제조에 들어간다. 이렇게 만든 가발을 테일러메이드는 도매가 1,000달러 미만으로 ‘사랑의 머리타래’에 판매한다.
1997년 12월 이 자선단체가 설립된 후 무료나 저가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한 가발은 2,000개 정도. 대부분의 수혜자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어린이 암환자는 아니다. 그보다는 탈모증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에서는 어린이 50만명을 포함, 전체 인구의 2%가 탈모증환자들이다.
그에 반해 2003년 세워진 비영리 단체 ‘어린이를 위한 가발’(Wigs 4 Kids)는 어린이 암환자를 주 대상으로 한다. 미시건에서 미장원을 운영하는 매기 바니라는 미용사는 고객들의 머리카락을 모아 ‘사랑의 머리타래’에 기부했었다. 그런데 수혜 대상이 어린이 암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해서 스스로 이 단체를 설립했다.
암환자들을 위해 가발을 제공하는 단체로는 또 ‘팬틴 뷰티플 랭스(Pantene Beautiful Lengths)’가 있다. 프록터 & 갬블 산하의 3억달러 규모 세계적 모발용품 회사인 팬틴이 주도하는 단체이다. 지난해 6월 설립되었는데 이미 1만8,000개의 기부를 받아 2,000개의 가발을 암투병 여성들에게 나눠 주었다.
가장 오래된 모발기부 자선단체는 25년전 시작된 ‘어린이용 가발’(Wigs for Kids). 머리장식품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제프리 폴이 만든 단체이다 .이 단체는 매달 600-800개 기부를 받아서 어린이 암환자, 혹은 다른 질병의 어린이들에게 가발을 만들어준다.
기부된 머리타래들이 모두 자선용 가발로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자선단체들은 남은 머리타래를 보통 상업용 가발 제조사들에 팔아 운용기금으로 쓰고 있다.
<모발용품 제조사 팬틴이 주관하는 모발 기부행사에 참가한 한 여학생.>
“당신의 일부를 불우 이웃에게”
여성이나 어린이들에게 가발을 만들어 주는 자선단체로는 다음과 같은 단체들이 있다. 이들 단체는 가발을 위한 머리카락이나 돈을 기부 받는다.
◆ Locks of Love
탈모증, 혹은 암이나 기타 질병으로 장기간, 혹은 영구적으로 머리카락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가발을 제공하는 전국단위 비영리 단체이다. 대상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21세 이하 연령층. 재정 형편에 따라 무료 혹은 저가로 가발을 제공한다.
모발 기부 시 조건은 최소한 10인치 이상의 길이, 깨끗하고 건조한 상태, 머리타래를 묶거나 따은 상태, 화학처리가 되지 않은 상태일 것. 모발을 플래스틱 백에 넣은 후 기부 서식을 작성한 것과 함께 보내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www.locksoflove.org) 참조. 문의 (561)963-1677
◆ Wigs for Kids
18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가발을 제공하는 전국단위 비영리 단체. 주로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탈모증, 화상 등으로 인한 모발손실 환자도 수혜자격이 있다.
머리길이는 12인치 이상으로 깨끗하고 건조한 상태이고 퍼머나 염색 등 화학처리를 하지 않은 머리카락이어야 한다.
www.wigsforkids.org. (440)333-4433.
◆ Wigs 4 Kids
주로 17세 이하 어린이 암환자들에게 무료로 가발을 제공하는 미시건 주 비영리 단체. 기부 머리타래의 길이는 10인치 이상으로 위의 단체들과 비슷한 조건이다.
www.wigs4kids.org (586)772-6656
◆ Pantene Beautiful Lengths
암 투병 중인 성인여성들에게 무료 가발을 제공하는 전국단위 자선 프로그램. 미국암협회의 지역 가발 은행을 통해 배급된다. 기부할 머리길이는 8인치 이상으로 타 단체와 비슷한 조건이다.
www.beautifullengths.com
(800)945-7768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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