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혼자만의 비밀스런 습관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든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하는 행동들이 있을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의 옛 속담처럼 아주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습관들은 다양하면서도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집 꼬마아이는 돌 때부터 시작해서 세 살이 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손가락을 빨고 있다. 아이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라 시간이 지나면 고쳐지겠지 생각하고 별일 아니게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처음에는 정들었던 젖을 떼고 너무 허전한 나머지 손가락을 빠는 줄로 알고 측은하기까지 했다. 특별히 조그마한 눈을 슬며시 감고 잠을 청하면서 무척이나 입을 오물오물하며 손을 빠는 모습을 보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왼쪽 엄지 손가락은 입에 들어가 맛있게 먹어지고 있고 오른쪽 손으로는 배꼽을 만지면서 달게 잠을 청하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이젠 아예 윗옷을 들춰서 한 손으로는 손가락을 빨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기의 젖꼭지를 만지면서 잠을 청한다. 정말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관이 아닐 수가 없다.
심심하다 싶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조용히 손가락을 빨고 있고, 잠이 온다 싶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런 모습을 보여주니 다른 사람들조차 너털웃음만 짓는다.
안되겠다 싶어 그 때부터는 손가락을 빨지 말라고 말로 타이르고 빨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또 주변 사람들이 효과가 있었다고 한 방법들을 다 동원해서 해 보고, 때로는 무섭고 호되게 야단을 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리 말해도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었다. 우리 아이는 이런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손이 입으로 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가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니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들었던 한 심리학자의 이론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이드라는 사람은 아동기의 성격 발달을 5단계로 나누었는데 그 첫번째 단계가 구강기이다. 이 시기는 보통 출생에서부터 1세 6개월까지의 시기로 유아들이 빠는 행위로부터 쾌감과 만족을 얻는다고 한다. 유독 아이들이 어떤 대상을 통해서든 입을 만족시켜야만 평온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이 시기가 중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 시기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지게 되는 습관들이 부모가 생각하기에 아주 안 좋은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나두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때가 되면 아이 스스로가 판단하여 자신의 모습을 아름답게 바꿔나가지 않을까?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여전히 우리 아이는 손가락을 빨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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