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노인들에 비해 한인 노인들의 냉장고 고장률이 7배 이상이라고 노인 아파트 매니저들이 불평 섞인 호소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 예산안으로 공급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처음 몇몇 매니저들의 말에 그저 스쳐 지나는 투정으로만 받아들였으나 지속된 불평에 조사에 나섰다. 조사 전에 필자는 한인 노인들을 옹호하였다. 나름대로 한국인으로서 노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귀하게 한국에서 가져온 시골 고춧가루, 곡식, 마른 오징어, 김류 등 아무리 마켓에서 판다고 해도 그 맛이 나겠는가. 아껴 쓰면서 모아둔 음식이려니 생각했기 때문에 냉장고에 음식이 가득하여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당연했다.
혹 상태가 심각할 경우 안전문제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에 강박성 비축 증후군 장애인지 의문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조사를 한 것이 첫째 이유였다. 강박성 비축 증후군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뉴스에서 한두 번 기사로 나왔을 정도이다. 증상은 남들이 보기에는 쓰레기로 보이는 물건들을 언젠가는 쓸모 있는 물건으로 생각하고 간직하며 모아두는 것, 누가 어느 때에 선물하였다든지 하여 물건에 감정을 주입시키고 버리지 못하는 것, 그리고 물건을 버리는 것에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물건들을 계속적으로 들여놓고 신문지, 의류, 오래된 음식, 동물, 이외 여러 가지를 보관해 두고 모아둔 잡동사니들 속에 생활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먼지, 세균, 오물 또는 벌레, 쥐, 등으로 질병을 일으키며 나아가서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물건들을 쌓아두고 한사람만이 지날 수 있는 작은 샛길 정도의 공간만 비워둔다. 이럴 경우 바닥 지지대가 무너지거나 화재 때 커다란 위험을 지니고 살게 되어 정신장애로 취급하고 있다. 신체적 건강은 물론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인들은 생각했던 대로 위험수를 넘는 정도의 강박성 비축 증후군 장애를 가진 노인들은 없었다. 하지만 초기의 증상들은 다 가지고 있었다. 특히 전쟁을 치른 유대인들에게서 많은 증상을 보이는 음식 강박이 한인들에게 많이 나타났다. 전쟁을 경험한 우리 노인들에게 음식은 큰 걱정거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친지와 친구들의 음식선물들을 비축해 두는 바람에 꽉꽉 채워진 냉동고는 찬 기온을 냉장고 아래로 내려 보낼 구멍이 다 막혀버려서 고장이 잦은 것이다. 그리하여 냉장고가 3년도 못되어 못쓰게 되어 버리고 만다.
미국 노인들의 냉장고는 대부분 3분의1 정도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음식물을 2주 이상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을 꺼려한다. 신선도를 위해서이고 또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meals on wheels’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되어 활동적인 한인 노인들에 비해 냉장고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반면 한인 노인들의 냉동고에 저장된 음식물은 시일이 2~3년이 지난 것이 많고 프리온 개스와 식품이 결합되어 풍기는 화학약품 냄새가 나는 것이 많아 식용으로 쓴다면 몸에 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필자도 어려서 할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음식을 남기면 벌을 받는다.’ 혹 그 참뜻은 남겨서 버리게 된 음식을 미리 나누지 못한 잘못으로 벌을 받는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버릴 것 버리고 나눌 것 나누는 봄, 신선하고 파릇파릇한 풀이 고개를 내밀 때 우리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는 냉장고도 다시 한 번 정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토마스 오 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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