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한 가지 이야기에 세상사람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한다면 그것만큼 두려운 일도 없을 것이다. 옳지 않은 일에 공감하고 뜻을 모은다면 큰 일이 날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서로 다른 주관과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런 면에서 다행스런 일이다.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인 나는 늘 ‘공감대’라는 화두를 안고 살아간다. 작곡가의 개성이 담긴 곡을 연주자의 개인적인 해석으로 무대에서 풀어낼 때마다 생각은 단 하나이다. 무대 위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느꼈으면 하는 것, 음악의 감동을 함께 공감했으면 하는 것이다. 바로 모든 음악인들의 소망일 것이다.
음악 연주에는 합창, 합주 등 앙상블이 많다. 소인원의 체임버 뮤직은 지휘자 없이 연주자들간 서로의 눈빛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연주를 한다.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 속에는 베토벤의 열정이, 쇼팽의 서정성이, 바하의 거룩함이 담겨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함께 설 때다. 10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100여명의 합창단원이 무대에 설 땐 무엇보다 지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을 한마음으로 묶어 말러의 교향곡 속에 풍부한 감정을 담아내는 지휘자가 있다면, 그는 뛰어난 지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연주자들도 관객도, 음악의 감동에 흠뻑 취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미국에서는 뉴욕 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그리고 이곳 LA의 LA 필 등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KBS 관현악단, 서울 시향 등은 아직 세계의 귀를 감동시킬 만큼의 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흔히 음악인들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개인기에 비해 ‘한마음’이 되는 겸손이 부족하다고들 한다. 함께 공감하고 음악으로 표현해 내는 것, 그것 또한 실력과 테크닉의 일부분 아닐까.
서로 공감하고 하모니를 이루는 것은 비단 음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는 국가발전의 요건으로 ‘구성원들의sympathy’를 꼽았다고 한다. sympathy는 흔히 남에게 베푸는 ‘동정’의 의미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때의 의미는 ‘같은 감정’이라는 뜻이다. 공감이다. 구성원들이 함께 느끼고 함께 공감할 때 국가는 발전한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美國)’라고 부른다. 그 아름다움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50개의 독립적인 주들과 다민족으로 구성된 3억의 인구가, 미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안에서 하모니를 이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sympathy’ 를 통해 국가는 지금껏 발전해왔고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더위를 못견뎌하는 남편과 추위를 몹시 타는 아내가 행복하게 사는 집이 있다. 남편은 추위를 타는 아내를 위해 더운 여름에도 문을 닫고, 아내는 더위를 타는 남편을 위해 추운 겨울에도 문을 열어 놓았다. 추워도, 더워도 이 집은 한결같이 행복했다고 한다.
나보다는 남의 입장에 서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려는 노력이 많을수록 보다 살만한, 그리고 살고 싶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스스로를 고백하고, 자신을 낮춘다면 ‘공감’은 어떤 진리보다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남을 자신의 틀 속에 가두려고 하는 억지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스스로 작은 틈을 메우는 ‘양보와 사과’의 미덕을 키우는 것이 좋을 듯 싶다.
2007년 새해에는 가까이에 있는 가족, 친구들, 이웃들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면 좋겠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들의 삶이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앤드류 박> 베데스다대학 피아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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