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오가는 계절이다.
선물을 고르는 것은 정말 쉽지가 않다. 모든 여성들에게 부담이 없다는 꽃은 앨러지 때문에 혹은 꽃을 싫어하는 여성이 종종 있다는 말에 조심스러워지고, 가격은 얼마 선으로 해야 부담스럽지 않고 또 상대방에게 민폐 끼치는 일이 안될까. 이 시기에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고민이다.
상대방이 필요로 할 선물을 고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가 원하는 물건 앞에 서있는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이보다 좀 더 심하면 그 물건이 너무나 좋아 보여 선물 받을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무의식적으로 그 물건들을 사들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자신이 그것을 써버리고 정작 선물 줄 사람에게는 얼토당토않은 물건이 건네진다.
선물들이 오가다 보면 사실상 부담이 되는 일이 생겨난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들어올 때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물건이 아니지만 또 버릴 수도 없고 집안에 두려니 놓아둘 때도 마땅치 않아 선물로 되돌려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선물권 광고에 이런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보면 여러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겪어본 듯하다. 선물권은 적어도 본인이 원하는 것을 나중에 고를 수가 있기 때문에 낭패를 당하거나 실망을 안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정성이 없는 물질만능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편의주의 선물이라고는 할 수 있다.
선물이 스트레스가 되어 자포자기 하여 완전히 신경을 끄게 되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선물은 기분을 좋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을 고른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필자는 12월이 생일이라 어려선 선물에 대한 불평이 많았다. 생일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나로 받기 때문에 손해 본다는 생각에 속이 상했던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물이나 생일날의 추억이 별로 없다.
그러나 올해는 정말 오랜만에 기억에 남을 만한 생일을 맞이했다. 파견 근무하는 노인아파트 측 매니저가 필자의 생일을 알아내어 커피와 도너츠로 깜짝 파티를 준비해 준 것이다.
파티가 열리기 2시간 전부터 노인들이 사무실에 한두 명씩 찾아와 파티에 참석을 못하게 될 것 같다며 미안하다며 노인정으로 떠났다. 필자가 담당하는 노인들의 대부분 연령층은 80대이다. 시간이 되어 파티 장소에 가봤더니 몇 명의 노인들이 모여 매니저와 함께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줬다. 또 한 10분쯤 지나니까 늦게 도착한지도 모르고 또 다른 그룹의 노인들이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해 다시 노래를 부르고 갔다. 마지막으로 지팡이와 걸음걸이 보조기로 아주 천천히 또 한 그룹이 나타났다. 총 3번의 축가를 들었다.
이날 어르신들로부터 귀한 선물들을 받았다. 손톱깎이 하나, 떡 두 조각, 밤알 몇 개 등등. 너무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그 귀한 선물들 중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있었다.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한 할머니가 담가 오신 김치였다. 생일 저녁상 하얀 쌀밥에 속이 시리도록 맵고 신선한 김치로 기억에 남을 만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김치만 몇십 년을 담가 오신 할머니의 손맛을 감히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하얀 배추에 빨간 양념을 생각하노라면 아직도 입에서 군침이 입에서 돌 정도다.
선물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게 상례적이고 그 속에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다면 받는 이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멋진 깜짝 파티와 귀하고 아름다운 선물을 주신 노인들께 감사드린다.
<토마스 오> 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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