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스페셜 ♥ 여기엔 사랑이…
샌개브리엘 노숙자 100여명
사랑의 보금자리 제공 릴레이
성크리스토퍼 성당에 첫 둥지
숙식에 옷 목욕 이발까지 제공
한인 등 600명 자원봉사 나서
13일 저녁 6시30분. 한기가 절로 몸을 떨게 하는 어둠속에 막 도착한 버스 안에서 허름한 발자국이 하나, 둘 내려온다. 이들의 뒷모습은 고단한 하루의 짐을 떨쳐버리지 못한 듯 한껏 처져 있다. 이중에는 생후 1년도 안된 아기 노숙자가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가슴에 꼭 안겨 있었다.
웨스트코비나의 성크리스토퍼 성당(주임신부 이용희) 주차장은 어느새 미래를 잃어버린 노숙자 1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을 맞은 성크리스토퍼 성당의 한인 신자 30여명은 1시간반 전부터 이들에게 줄 옷가지를 준비하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 1일부터 노숙자들에게 성당의 한 구석에 잠자리를 내 준 성당의 노숙자 돕기 자원봉사자는 한인 100여명을 포함해 600여명에 이른다.
성크리스토퍼 성당은 노숙자 지원단체인 이스트 샌개브리엘 연합이 노숙자에게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릴레이 지원의 첫 번째 단체다. 노숙자에게 겨울 잠자리를 제공하는 이 릴레이는 12월1일부터 동장군이 자취를 감출 때인 3월15일까지 샌개브리엘 지역의 10여개 성당, 교회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성당의 한인 봉사단체인 꾸리아의 조태준 단장은 “한인 자원봉사자 중에는 성당 신자뿐만 아니라 인근 한인 주민들도 참여해 노숙자들을 돕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홈리스가 우리 주변에 있을 줄 몰랐다”며 스키드로우의 흑인 노숙자들과 다른 외곽지역의 백인 노숙자들에 놀랐다고 말했다.
노숙자들이 생활하는 강당은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겨울을 맞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로 탈바꿈돼 있었다. 성당은 이들을 위해 이동 목욕탕과 침대, 간이식당을 준비했으며 거리에서 누더기처럼 엉켜버린 이들의 머리를 손질할 이발사까지 고용했다.
이날 처음 봉사를 나온 그레이스 성(42)씨는 “풍족한 미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며 “내년에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노숙자 돕기에 나서고 싶다”면서도 한인이 백인을 상대로 봉사에 나서는 낯선 풍경에 당혹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저녁식사를 끝낸 42세의 한 흑인 노숙자는 “나도 전에는 노숙자와 불쌍한 사람들을 돕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내가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될 줄은 채 몰랐다”며 거리로 내몰린 현실이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음을 내비쳤다.
60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총지휘한 주디 페냐 코디네이터는 “17년 동안 성당에 몸담았지만 이번처럼 신자들이 열정적으로 교회 일에 참여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끝나지 않을 불행은 서로가 손을 나눌 때 아픔이 조금이라도 덜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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