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가운데)씨가 봉사자들과 함께 특수인학교 브랜드군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신효섭 기자>
장애 어린이 무료이발 2년째 김인태씨
‘사각’‘사각’가위질 소리가 끝난 뒤 거울을 바라보면 말끔한 모습의 새로운 인물을 보는 것 같아 절로 탄성이 나온다. 특히 장애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해 무료로 이발을 해주는 가슴 따뜻한 이발사 아저씨의 정성이기에 더욱 기분이 좋다.
“아이들 자주 움직여 늘 긴장하지만
머리깎고 함박웃음 지을땐 큰 보람”
지난 2002년 도미, LA한인타운에서 미용실(가새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48세 김인태씨. 그는 벌써 2년째 워싱턴과 놀만디 인근에 있는 LA통합교육국 소속 살빈특수인학교(Salvin Special Education Center)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아이들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주고 있다.
이제 이 학교에는 김씨를 모르는 이들이 없다. 장애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가위손 아저씨’로 통할 정도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중증장애인 아이들도 김씨가 가위를 들면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 자세가 고정된다. “조금만 참아. 예쁘게 만들어 주마”라는 김씨의 목소리에 아이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흘러나왔다.
김씨는 지난 86년 아시안 미용인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한국국가대표 코치를 수년간 역임했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날렵한 손놀림으로 머리를 다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김씨지만 장애아들을 다룰 때는 항상 바짝 긴장한다. 일반인과 달리 자주 몸이 뒤틀리기 때문에 부상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씨가 이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기까지는 무려 1년이라는 검증 기간을 걸쳤다.
학부모와 교사진으로 결성된 위원회의 허락은 물론 교장, 학교 간호사, 교육국 관계자, 그리고 카운티보건국의 검증까지 받아야 했다. 지금도 매번 머리를 깎기 위해서는 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내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이 학교의 특수교육교사 이은민씨는 “계속해서 머리를 움직이는 아이들을 잘 달래면서 이발을 하는 김씨의 솜씨가 뛰어나다”며 “한번 봉사에 나오면 2~3시간 12명 정도 이발을 해주는데 최신 스타일로 이발을 해주면서 이젠 학부모들까지 이발하는 날이면 찾아와 원하는 스타일을 주문할 정도로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장애인도 머리를 깎으면 얼굴이 너무나 다르게 변한다”며 “남들이 보는 눈길도 바뀌기 때문에 사회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씨에게 이발을 받은 브랜든(6)군의 어머니 패트리시아 레리는 “전에는 휠체어를 움직여 미용실에 가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브랜든이 김씨가 이발 봉사 나오는 날을 기다릴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15년 동안 장애인들을 위해 이발봉사 활동을 했던 김씨는 살빈특수인학교 외에도 타운내 여러 장애인단체와 양로원, 노숙자 상대 선교회 등 5개 단체에서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김씨는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뵙고 싶고, 덥수룩한 머리를 잘라놓으면 보기도 좋고 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별로 큰일도 아닌데”하면서 신문에 자신의 스토리가 나가는 것을 쑥스러워 했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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