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에 파병된 제임스 권 대위의 가족인 아버지 권오달(왼쪽부터), 어머니 모니카 권, 동생 폴 권씨가 지난 1년간 가슴조린 시간을 회상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준영 기자>
권오달 목사 부부, 이달 무사 귀환 소식 듣고 안도
올해 초 순찰도중 부상
소식 듣고 눈물 ‘펑펑’
7월 모술서 귀환 예정
갑자기 취소 눈앞 ‘캄캄’
“지난 넉달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엊그제 귀환 일정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이제 한시름 내려놓게 됐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발물 공격으로 생사의 갈림길마저 실종된 이라크 바그다드. 그 곳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가슴은 이미 오래전 바짝 타버렸다. 권오달(60·목사), 모니카 권(53·LA카운티 보건국 지역국장)씨는 하루하루가 힘겹고 두려운 이라크 파병 군인을 자녀로 둔 부모중 하나. 바그다드에서 미보병 172사단 스트라이커 전투여단(SBCT) 소속으로 순찰 및 평화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임스 권(한국명 기현·25) 대위가 권씨 부부의 장남이다.
권 대위가 태어나고 자란 아테시아의 집 밖에는 아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아버지가 걸어놓은 성조기가 1년 넘게 펄럭이고 있다.
웨스트포인트를 졸업 후 임관해 알래스카에 주둔했던 권 대위는 1년 일정으로 이라크 모술에 파병돼 올 7월 귀대예정이었다. 그러나 쿠웨이트로 이동하기 직전 주둔 일정이 바뀌어 바그다드로 재배치됐다.
계속되는 폭탄테러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바그다드로 아들이 재배치된 것은 권씨 부부에겐 커다란 충격이었고, 알래스카의 군인가족 아파트에서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던 권대위의 동갑내기 부인 티나씨도 큰 긴장감 속에 빠져 들었다.
올해 초 권 대위가 모술에서 순찰중 폭탄이 터져 손과 목에 화상을 입었고, 옆에 있던 동료장교가 숨지는 끔찍한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머니 모니카씨는 “부상당한 소식을 뒤늦게 다른 사람을 통해서야 알게 됐다”면서 “너무 울어서 눈가가 다 부르틀 지경이었지만 제임스는 되 부모를 위로했다”고 말했다.
권 대위는 웨스트포인트 재학중에도 방학이면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고 유격훈련과 전투 다이버 훈련과정을 이수하는 등 ‘실제로 전투를 할 수 있어야 정말 군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베트남전 참전경험이 있는 아버지 권씨는 “부모입장에서는 안전한 행정병과를 선택하길 바랐지만 제임스는 보병을 고집해 약간의 갈등도 있었다”면서도 “부하들까지 도닥여야 하는 장교이기 때문에 제임스는 이라크 현지인들이 평화를 찾도록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명분 없는 전쟁이란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부하까지 이끌고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장교 아들이 안쓰러워 전쟁 명분에 대한 논쟁은 이미 접어버렸다. 아들이 갖고 있는 자부심과 사명감마저 없다면 군인으로서 전장에 서있을 이유마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12월에는 아들이 알래스카의 기지로 복귀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권씨 부부는 아들이 오는 대로 알래스카로 한달음에 달려갈 계획이다.
사지에서 돌아오는 아들과의 재회가 기대되지만 역시 아들이 겪었을 정신적 충격도 걱정된다.
간호사 출신인 모니카씨는 “분명 큰 충격을 받고 재적응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여파가 오래가지 않도록 가족 모두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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