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장교들 이라크전 심리적 스트레스 등 후유증
장기복무 포기 20~30%p 증가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와 내전 심화로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미군 병사들이 늘면서, 전장 파병 경험이 있는 한인 장교들이 장기복무의 꿈을 접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 후 임관해 복무하고 있거나 최근 제대한 한인 자녀를 둔 부모들에 따르면, 분쟁 및 전투 지역에 파병됐다 돌아온 상당수의 한인 장교들이 장기복무 여부를 심각하게 재고하고 있다는 것.
2001~2002년 웨스트포인트 한인학부모회 회장을 맡았던 김윤배씨는 “장기복무 포기 의사를 밝힌 한인 생도들은 당시만 해도 극소수에 불과했고,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면서 “전쟁이 계속되면서 이를 경험하고 장기복무 포기 의사를 보인 한인 장교들의 수가 20~30%는 증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2004년 이라크 파병중 휴가를 받아 고향인 템플시티로 돌아와 주민들이 환영파티를 열어준 사연이 본보에 소개되기도 했던 김성민(27·미 육군 3기갑연대) 전 대위도 이라크에서 돌아온 후 한국으로 다시 파견됐다가 5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채운 후 최근 제대했다.
아버지 김만평(민족학교 전 이사장)씨는 “이라크에 다녀온 후 아들도 다른 병사들처럼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면서 “실제 전장을 경험한 군인들이 느끼는 충격이 커리어로 삼으려던 군인의 길을 포기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초기 재학생 한인학부모회를 결성했을 때만 해도 모두들 장기복무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면서도 “특히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졸업생들이 바로 전장에 투입돼 이런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장 제대 의사를 밝히지 않더라도 군인, 특히 장교로서의 생명인 명예와 자긍심에 금이 간 자녀들이 이라크 파견에 큰 심리적 부담을 갖게 되면서 이를 도닥여야 하는 부모들도 함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두 아들이 모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고, 큰 아들이 내년 초 이라크에 파병될 예정인 김윤배씨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명분 없는 전쟁에서의 죽음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라면서도 “그래도 군인의 길을 선택한 만큼 견뎌내야 더 큰 일을 하지 않겠냐고 용기를 북돋워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배형직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