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 권진원…
클래식·재즈 가미 6집 내고 5년만에 ‘기지개’
’저 가수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는 지 알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가수는 당신을 감동시킨 것이다. 이런 가수, 몇이나 될까.
권진원(40)은 분명 그런 가수 중 하나다. 전부터 해오던 포크록에 클래식과 재즈를 가미한 새 음반 ‘나무’에서는 더욱 그렇다. 연주는 간결하지만 그의 숨소리 떨림까지 감지된다.
언제나 음악이 원하는 대로, 노랫말이 요구하는 대로 노래하려고 해요. 노래는 목으로만 하는 게 아니에요. 소리를 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마음 상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해요. ‘당신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움직인다’는 말을 들을 때 ‘내가 제대로 노래하고 있구나’ 싶어요.
키 큰 나무는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다는 그는 오랜 시간과 많은 이야기를 감싸 안은 나무를 새 음반의 ‘키워드’로 정했다. 음반 제목과 타이틀곡 제목 모두 ‘나무’.
타이틀곡은 그의 음색을 에워 싸고 있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선율이 돋보이는 노래다. 클래식과 재즈를 더했음에도 더욱 가벼워진 그의 음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권진원이 편곡해 피아노 반주에만 맞춰 부른 ‘아리랑’은 간결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어느 소년 병사의 죽음’에서는 쩌렁쩌렁한 외침보다는 서정적 선율을 통해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
’어느 소년 병사의 죽음’은 서정성에 반전 메시지를 담은 노래에요. ‘전쟁하지 맙시다’라는 외침은 아니지만 서정적이어서 오히려 더 큰 힘을 낼 수 있죠. 이것이 그냥 외침과는 다른 노래의 힘이에요
한국외대 재학 중이던 85년 강변가요제에서 ‘지난 여름 밤의 이야기’로 은상을 받은 그는 졸업 후 88년부터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에서 활동했다. 최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참여형 가수’ 같은 표현은 달갑지 않다고 말한 걸로 보도된 그는 오해가 있었다고 분명히 밝혔다.
제가 한 이야기의 맥락이 고려되지 않았어요. 노찾사 시절 제가 가졌던 음악정신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어요. 노래의 ‘문법’이 바뀔 뿐…. 그때 흘린 땀과 눈물은 너무도 값져요. 우리의 노래는 (사회에) 힘이 됐죠. 80년대와 같은 상황이 온다면 저는 주저않고 그 자리에 다시 서 있을 거에요. 다만 저는 사회운동가가 아니라 대중 예술가이기 때문에 이 세상의 부조리에 노래로 대응할 거에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힘든 세상을 사는 우리, 사람을 위한 노래죠.
앞서 5집을 낸 게 2001년. 6집을 만드는 데 5년 이나 걸린 이유를 물었다.
사람들은 제가 푹 쉰 걸로 생각하겠죠?(웃음) 그 동안 경희대 대학원에서 작ㆍ편곡을 공부했어요. ‘원래 하던 작곡을 왜 배우냐’는 사람도 있지만 학교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이런 것들은 새 음반에도 표현됐어요. 5집까지는 2년에 한번씩 음반을 냈고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좋은 작품을 만드는 길은 아니란 걸 알았어요. 지난 5년은 조급함 없이 제 노래를 쌓아온 소중한 시간이에요.
그는 지난해부터는 같은 대학 포스트모던음악과 겸임교수직도 맡고 있다. 강의하는 시간뿐 아니라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제법 바쁘다고 했다.
내달 29일에는 서울 대학로 동덕여대예술센터에서 콘서트도 펼칠 예정이다. 단독 공연으로는 3년 만.
마지막으로 그는 자극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는 대중음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인터뷰를 끝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아니, 저런 말도 노랫말이야?’할 정도로 대중음악이 자극적으로 치달아 안타까워요. 너무 소비적이죠. 대중음악은 이제 ‘대중산업’이 돼버린 거 같아요. 음악은 산업이 아닌 예술로 남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저 역시 그런 음악을 지향할 것이고요.
(서울=연합뉴스) 신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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