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한가위 명절은 우리가 일년간 열심히 일하고 거둔 곡식에 대해 창조주께 감사를 드리고 조상님들의 은혜를 기리며 온 혈족이 한자리에 모여 우애를 다지는 기회이다.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 명절인가.
그런 중추절에 고향에 가 조상께 차례와 성묘를 드리지 못하는 우리 이민 1세들의 마음은 감회가 남다르리라 생각한다. 충청도 시골에서 자란 나는 요즘 고국의 농촌이 얼마나 바쁠지 짐작이 간다. 남자들은 추수의 마무리를 하랴 조상들 산소 벌초를 하랴 오금의 심줄이 달아오르고, 여자들은 차례상 준비에 잰걸음 분주하리라.
추석명절은 내 추억의 보고이기도 하다. 차례를 드리다가 불손하다고 백부님으로부터 꾸중을 듣던 일, 성묘 길에 풋내를 맡으며 황금벌판의 장관을 바라보던 감상, 산언덕에 늘어진 달콤한 으름을 따먹던 재미, 성묘 후 선산에 올라가 산소에 대한 지형 설명을 아버님으로부터 듣던 기억, 뒷산에 올라가 왕벌에 쏘여 벌어졌다는 알밤을 따다가 머리에 밤송이가 떨어져 자지러지던 일, 대추나무를 통째로 흔들어 수확하던 일,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송편 먹으며 토끼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별을 세고, 꿈을 캐면서 별똥별 떨어지면 손뼉 치며 즐거워하던 지난날의 귀하고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어찌 잊으랴.
그러나 요즘 TV를 통해 골프채를 들고 해외로 추석여행을 떠나는 도덕 황폐증 중환자들을 볼 때 한심스럽기만 하다. 과연 그들은 아버지로서 자식들에게 무슨 가정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이며 그 후손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항상 내 자식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미국에서 자라 우리의 미풍양속 안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갖지 못한 그들이기에 나는 수시로 기회를 만들어 교육을 시킨다. 추석날 민족이 대이동을 하는 고국 TV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나는 지난날이 그리울 때면 내 영혼을 저 태평양 바다 위에 훨훨 띄워 고국으로 보낸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추억도 닦고 닦으면 금빛이 난다던가?
송정룡/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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