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겁게 달려온 9월이다. 정월서부터 소망을 싹 틔우려고 몸부림치고, 보채고, 아파하느라 이웃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달려오니 어느덧 가을이다.
욕망으로 이루려고 벌이는 행사들, 그리고 그 행사를 이루려고 무리하게 채찍질하며 채근하여 오고 보니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것들은 겉껍데기뿐 내용은 텅 비어 있다.
무얼 위해 그렇게 정신없이 살았는지 이때쯤이면 반성하여 보아야 하겠다. 높은 하늘을 보고 넓은 들판을 보자. 네 속이 얼마나 옹졸하고, 작은지 보아라 라고 하는 것 같다. 무얼 이루려고 달렸는가 물어 보라 한다. 이루려고 한 것이 누굴 위한 것인가 물어 보라 한다.
정월부터 황소 같이 일하였다. 이제는 가을로 떠나고 싶다. 나를 비우고 높은 하늘을 쳐다보고 내가 얼마나 작은가 깨닫고 싶다.
들판을 걸어가면서 자연과 내가 하나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얼마나 오류를 범하고 살았는지, 나를 내려놓고 싶다. 그리하여 비운 가슴속에 바람소리 새소리 골짜기의 메아리들을 담아 다시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자연의 법칙은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심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거두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언가에 묶이어 산다. 스스로 묵어놓고 산다. 그러고는 그 묶임에서 발버둥치고 놓여나기를 갈구하지만 정작 그 둥지를 나오기를 거부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내가 맡은 직위, 내가 쌓아놓은 명예, 내가 이룬 학문… 거기에 얽매여 꼼짝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살아간다.
이 가을에 산으로 들로 떠나고 싶다. 내 집, 내 직장, 내 동네에서 떠나 넓은 곳에서 자연의 신비로 충전하고 싶다. 탈출이다. 가을은 탈출로 유혹을 한다.
김사빈 하와이 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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