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하면서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다. 멕시칸 젊은이가 거의 매일 가게에 들러 물건 사러 왔는데 어느날 영어로 내 이름을 물었다. 나는 좀 장난기가 발동해 ‘아버지’라고 했더니 이 젊은이는 그게 진짜 내 이름인 줄 알고 “하이, 아버지” 하며 거의 완벽한 한국발음으로 말을 했다. 그러면 나는 “오냐, 내 아들 호세” 라고 한국말로 대꾸하곤 했다.
이민 1세로 한국인 기질을 가진 만큼 나이 어린 사람들로부터 공손히 인사받는 것을 좋아했던 것이다.
그런데 몇주전 오피니온란에서 ‘그대 이름은?’이란 제목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타미 라소다 다저스 감독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 ‘감독’이란 직위를 부르지 말고 그냥 이름만 불러 달라고 사람들에게 당부했다는 것이다. 우리 한인들같이 직함 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본받아야 하는 것이라 여긴다.
우리가 이 땅에 와서 살면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한국의 고유한 전통과 관습을 고수하는 것도 좋지만 나이 어리다고 혹은 돈이나 지위가 없다고 아래 사람으로 여기고 복종을 강요하고 권력이나 위엄으로 다스리고 있는 일은 없는가. 연장자라고 허리 굽힌 인사 받고 존경받는다는건 미국사회에서는 통하지가 않는다.
가령 미국 어린이가 안면이 있다고 내게 먼저 악수를 청한다거나 내 이름을 함부로 불렀다하여 무례하다고 야단을 친다면 미국생활에 적응이 안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한인사회에선 직위가 있고 직함이 있어야 행세할 수 있고, 권위를 가지고 다스리려는 권위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다. 한인사회에 크고 작은 단체가 난립하고 단체장이나 간부가 되어야만 중요인사가 된 듯 착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의 가치는 직위나 돈에 있는게 아니다. 직함을 좋아하고 권위의식이 있는 사람은 민주 시민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된다. 또 한가지 미국인들에게 배워야 할게 있다. 비록 내 의견과 맞지 않는 ‘반대의견’이라도 충성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여기고 수용하고 존중하는 정신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내 의견과 맞지 않는다고 적대시하며 대립과 반목하고 헐뜯고 무시하는 일이 많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가 종교, 문화, 사상이나 풍속 등이 다른 인종들로 조화속에 통합되고 언론이나 사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바로 미국국민들이 반대의견도 존중하는 성숙된 의식 때문이 아닐까.
전종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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