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름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일주일에 몇 번씩, 어떤 때는 연일 오른다. 주머니 사정이 좋은 사람은 차에 가득 채우고 여분의 통도 잔뜩 채우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기름을 넣으려 호주머니를 쥐어짠다.
어떤 이는 소식하듯 삼시 세끼 들락날락하며 차에 기름을 찔끔찔끔 먹인다. 그러다 보니 간혹 기름이 떨어져 차가 길바닥에 주저앉는다. 빨간 통을 들고 헐떡이며 주유소를 찾지만 찔끔 채워간다. 차를 타는 것인지 차를 거두어 먹이는 것인지, 빨간 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심정도 빨갛게 보인다.
아침나절에 시애틀 도심을 관통하는 5번 국도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차들이 몇 마일에 걸쳐 정체되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자동차가 주행중 기름이 떨어졌다 한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차를 길옆으로 밀어내려 했는데 미처 그것을 보지 못한 트럭이 그대로 그를 덮치고 말았다 한다. 그리고 그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안타깝다 함이 이런 것일 거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 원인도 위대한 것에서부터 사소한 것까지 있다. 내 탓도 있고 남의 탓도 있다.
그의 죽음도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겠지만 간추려 기름 탓이다. 한 컵의 기름만 더 있었어도 한 생명이… 하는 생각이 든다.
차를 밀던 그 사람의 자리에 나를 놓아보기도 한다. 그렇게 기름을 떨어뜨려야 했을 그의 현실이 그 만의 것이 아닐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와 유사함 속에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하루. 가슴엔 가랑비가 내린다. 시대를 탓하며 밤하늘 조용한 곳에 작은 별 하나를 찾았다. 그리고 그 별에 망자의 명복을 새겼다.
고경호/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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