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떠나 1,700 마일을 달려서 파운틴이라는 콜로라도주의 작은 도시에 도착한 것이 목요일 정오쯤이었다. 토요일에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고, 월요일 아침부터도 사업상 긴요한 회합이 있어서 1,100 마일이나 되는 먼 거리를 새로운 짐 싣지 않고 빈차로 운행하기로 맘을 먹은 상태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LA를 향해서 출발을 했다.
운짱 생활 3년이 넘도록 1,000마일 이상을 빈차로 운행하기는 처음이리만치 나에게는 개인적으로나, 사업상의 중요한 모임들이다. I-25번을 타고 남쪽으로 400마일 정도 오다 I-40번을 만난 후 서쪽으로 800여 마일을 오면 LA가 된다.
40번 도로로 접어들어 복잡한 도심을 빠져 나왔다 싶은 순간 길 왼편에 좀 요란스럽게 보이는 건물이 보이는데, 그곳은 카지노장, 즉 노름을 하는 장소이다.
출발 때부터 목요일 밤에는 이곳에서 쉬려고 작정을 했기에 여러번 와봐서 익숙한 길을 운전해 차를 세웠다. 물병에 조금 남아있던 물을 마셔버리고는 소주를 반병쯤 그 물병에 담고 마개를 잘 잠그고서 건물을 향해 잰 발걸음을 옮긴다.
라스베가스도 그렇듯이 이런 곳은 가격에 비해 내용이 많이 좋은 식사를 할 수가 있고, 그런 핑계로 와서 먹고는 몇 배, 몇 십배로 돈을 탕진(?)하고 가기가 십상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벗과 헤드폰으로 계속 수다를 떨면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고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간다는 진리를 못 깨고 서너 시간 용돈 벌기에 열중했다. 마신 소주에서 온 취기도 있고, 좀 급히 달려왔기 때문에 피곤도 해서 오래는 놀지 않고 차로 왔다.
컴퓨터를 켜고, 즐겨 찾는, 아니 오로지 찾는 파라솔 카페에 들러 무슨 이야기로 재미있게 정들을 나누고 있나 간단하게 점검하고는 잠에 떨어졌다.
비몽사몽간에 밖에서 누군가가 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 밤중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라고 생각하며, 속옷 바람으로 앞으로 나가서 밖을 보니 웬 노랑머리의 백인 여인이 창문을 내리라는 시늉을 한다.
유리창을 조금 내리고는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뒤를 힐끔힐끔 보면서, 자기를 좀 도와 달라며, 낮은 목소리로 자기의 남편이라고 말해 달라고 애원을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하는 건가. 취기에, 잠결에, 순간 감이 오질 않는다. 20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동양인 남자와 제법 곱게 생긴 젊은 노랑머리의 백인이 부부라?!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데, 막 바로 따라 온 두 명의 경찰이 있었다. 경찰에 쫓기고 있는 창녀가 다급한 나머지 나에게 자기의 남편이라고 해 달라며 위기를 피해보려는 것이 었다.
경찰이 묻는다. 이 여자의 남자친구이거나, 남편이냐고. 그 여인은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미리 말 해 두지만 거짓말을 할 시는 너도 법적인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경찰은 경고의 말을 한다.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린 시간은 불과 몇 초. 경찰 한번보고, 그 여인 한번보고. 경찰의 다그침에 나는 일단 나의 안전만을 생각하게 됐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거의 끌려가다 시피하며 그 여인은 있는 대로 나를 원망하는, 미워하는 눈빛으로 꼬나보면서 떠나갔다.
잠시를 멍하니 있으면서 생각을 해 봤다. 내가 그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남편이라고 했어도 경찰은 안 믿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어울리기나 한 이야기인가?! 아니야,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경찰은 할 말이 없었을 것이고, 저렇게 잡혀가지는 않았을 텐데.
잠은 확 달아났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70%가 남자끼리, 혹은 혼자서 떠돌아다니면서 생활하는 운짱들에게 어쩌면 창녀는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말로만 듣던 창녀를 트럭 정거장에서 확인했던 밤이었고 좀 찜찜함을 남긴 밤이기도 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 벗들과의 만남에 마음 설레면서 잠을 청한다.
아까 그 창녀, 지금 경찰서에 가 있겠지?! 보다 좋은 새 직업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 예쁘긴 했는데.
신 영 트럭 운수업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