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우리 식당의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내용의 기사가 한국일보에 크게 실린 적이 있다. 그로 인해 질타도 많이 받았고 오해도 많이 받았다. 모든 것이 북창동 순두부가 그동안 한인사회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업주의 입장에서 당시의 상황을 조금 설명 드리고 싶다.
일반적으로 손님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간 후 식중독을 일으켜 병원에 가면 의사는 으레 무엇을 먹었느냐고 묻게 된다. 그때 그 손님이 어떤 음식 때문에 잘못됐는지 정확히 모를 수가 있다. 이 경우 어제, 오늘 들렀던 식당을 전부 보고하게 되면 카운티 보건 당국 인스펙터가 곧바로 나가 보고된 식당들을 일일이 심사하게 된다.
인스펙터는 우선 주방 안 먹거리의 온도를 체크하는데 더운 음식은 화씨 140도 이상이어야 하며 찬 음식은 41도 이하에 보관해야만 한다. 음식점에 따라 또 시간대에 따라 바쁜 시간과 한가한 시간이 있다. 바쁘지 않은 시간에는 이 규정온도를 잘 지킬 수 있지만 몹시 바쁜 시간에는 이 규정온도를 지키기가 어려운 것이 식당업계의 현실이다.
예를 들면, 돌솥밥을 짓는데 씻어놓은 쌀을 화씨 41도 이하로 보존하고 있다가 밥을 지으려면 시간이 어지간히 걸린다. 상온에 쌀을 얼마간 씻어놓고 바로바로 밥이 되어 나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에 바쁜 시간이면 식당 주인은 아전인수격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심사를 당하면 쌀 온도가 지적되곤 한다.
인스펙터는 바쁜 집 안 바쁜 집 차이를 두지 않고, 또 어느 집 음식 때문에 식중독을 일으켰는지 가늠하기 힘들기도 하니까, 많은 경우 음식 보관온도를 안 지킨 식당에 모든 책임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동일한 지적사항이 세 번 반복되었을 때에는 식당 문을 닫게 한다.
몇가지 다른 지적 사항도 곁들여서 지난 7월에 윌셔 북창동 순두부가 문을 닫게 됐었다. 문을 닫는 기간은 인스펙터의 스케줄에 따르게 된다. 마침 주말이고 독립기념일 연휴에 맞물려 8일간이나 문을 닫게 됐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실망했을지 송구스런 심정이고, 실망, 우려,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연일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던가. 식당경영 10년만에 이번 일을 계기로 배운 것도 있다.
쇠고기 등 육류를 썰다가 손을 베이게 되면 음식물에 세균이 감염될 우려가 있으니까 왼손에 끼는 쇠 장갑이 있다는 것도 처음 배웠고, BBQ 버너 밑에 육류를 보관하는 서랍 식으로 된 냉장고를 쓰면 온도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배웠다.
이희숙 북창동 순두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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