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정부가 외부로부터 욕을 많이 얻어먹는다. ‘모순 투성이… 몽유병환자…배은망덕…’ 등등.
거의 무방비 몰매 수준이다. 물론 현 노무현 정부를 두고 하는 질타이다. 하지만 그런 소리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그것이 고스란히 우리민족을 향한 욕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을 놓고 이해득실을 많이 따지는 나라일수록 그 강도가 더 세다. 그런 욕을 인용하며 함께 욕해대는 한국 사람들도 있다. ‘미국인가 북한인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대목은 욕을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을 짓밟는 강자의 교만과 횡포이다. 현 정부가 김정일을 짝사랑해 북한에 퍼주는 것은 아니라 여긴다. 공산체제가 바람직해 북한과 가까워지려는 것은 더욱 아니라 여긴다.
우리는 6.25전쟁 후 북한을 증오하는 한편, 어떡하든 하나로 다시 뭉쳐야 한다는 양면성을 지녀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는 아물고 후자 쪽이 점점 부각되는 것은 자연적 순리가 아닌가 싶다.
현 시점 또한 그런 맥락의 한 부분이라고 우리만이라도 이해했으면 한다. 동생과의 싸움에 편든 이웃은 형에겐 은인, 동생에겐 원수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엔 남일 뿐이다. 그러나 싸웠던 동생은 아무리 이웃만 못하더라도 한 피를 나눈 형제다.
형제가 영원히 반목할 수는 없다. 싫지만 누군가는 먼저 화해를 청해야 한다. 이웃이 뭐라 하든 다시 한식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화해를 원하지 않는 주변은 자연히 배타하고 배척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북한 미사일문제 앞에 한국이 긴장하지 않고 느긋하다 질타하지만, 우리 가슴에 맺힌 한과 염원을 이해 못하는 처사다.
그 느긋함을 안보 불감증이라 조롱하기 전에 익어 가는 남북의 화해 분위기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다. 흐르기 시작한 그 화해의 물꼬가 날아드는 돌멩이에 막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남북문제는 같은 민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풀어야 한다고 본다. 외압이나 파벌의 이익을 위해 민족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한번만으로도 족하다.
고경호/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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