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같은 일상생활에 바쁜 걸음으로 아침인사차 엄마를 찾아뵈니 현관문 앞에 자그마한 지팡이가 눈에 띄었다.
조금은 놀랍고 당혹스럽기마저 하여 물으니 언니가 사오셨단다. 금년 들어 부쩍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는 걷기가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엄마몸집만큼 작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다보니 너무나 많이 변하신 나의 엄마를 다시 한번 실감하며 언니의 지혜가 새삼 미덥다. 급작스런 외출은 물론 집안 내에서도 혼자 걷기를 힘겨워하시는 노모를 위해 작게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다른 가족은 미처 생각지 못한 사려 깊은 언니의 효심이 흠씬 녹아있는 듯 하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도 입고있는 핑크색 바지를 보이시며 이렇게 시원한 바지를 언니가 사다줘서 너무 좋다고 자랑하시지 않았던가. 동생들이 혹시 미안해할까 소리 없이 조심스럽게 효심을 전하는 언니가 있기에 엄마의 노후가 사뭇 행복해 보인다.
생각해보니 노모의 지팡이를 마련한 우리언니는 참으로 긴 세월 동안 여러 개의 지팡이를 고루고루 전해준 듯하다.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인 내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수없이 업어주었다는 언니의 옛말을 들으며 자란 내게는 따뜻한 체온의 의미를 심어준 고맙고 미더운 자매의 지팡이가 되어주었고, 수십 년 전 미국 땅에 먼저 이민 와 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땅에 문을 열어 새 삶을 시작하도록 부풀은 야망의 지팡이를 마련해주었고, 평생을 잔재주 없이 우직하기만 한 우리 형부에게는 잔잔한 사랑과 지혜를 제공하는 내조자의 지팡이가 되었으며, 요즘은 아름다운 중년의 모습으로 성가대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는 성도들의 믿음의 지팡이가 되어준다. 생김새가 비슷한 나도 그렇게 단단하고 빛깔 고운 지팡이를 서둘러 준비해야겠다.
어느 곳이든, 어느 때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그들의 지팡이가 될 수 있다면 내 언니가 마련해주었던 그 지팡이의 광채가 더 할 듯 싶다. 어두운 곳에서 빛을 찾아 헤매는 자, 병든 자, 슬퍼하고 마음 아파하는 이가 있는 곳에 소망을 향해 담담히 걸어갈 수 있도록 아름답고 귀한 그네들의 지팡이를 건넬 안내자가 많이 있다면 더더욱 아름다운 지상의 천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계선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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