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외동포재단의 김승웅 이사가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들을‘동포’라고 호칭하는데 대한 비판적인 글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게재된 그의 칼럼에서 동포라는 단어에 담긴 ‘한’(恨)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호칭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19세기말 전까지는 한반도 안에 살던 우리 민족이‘한’스러운 여러 이유로 밖으로 나가게 되어, 지금은 한반도 안 인구의 10%에 달하는 7백만명이 모국밖에 살고 있다. 그는 구 소련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는 ‘고려인’, 중국의 한민족은 ‘조선족’, 일본의 경우는‘총련계’ 또는‘민단계’ 재일동포로 나눠 부르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 사는‘재미교포’는 위의 경우들과는 다르다고도 했다. 그러니 이처럼 난립하는 동포의 호칭들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 뜻에 동감한다. 그런데 재미‘교포’라는 어휘에 필자는 거부감이 있다. 교포의 교(僑)는 외국에 거류하는 것을 말한다. 한자의 뜻으로 보면 교(僑)는 우거(寓居)할 교이고, 우(寓)는 잠시 머물러 살 우이고, 거(居)는 거처할 또는 살 거의 뜻을 갖고 있다. 포(抱)는 알 품을 또는 알 포이니 그 뜻을 짐작하게 한다.
교포는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떠돌며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나그네 인생들을 빗대어 쓰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모국 사람들이 교포라고 부르는 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를 낮게 보는 것이 되고, 우리 자신이 교민이라고 부른다면 자기비하 하는 꼴이 된다. 한인 언론들은 ‘교포사회’, ‘교민사회’, ‘범 교포대회’ 또는 ‘교민회’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하겠다.
오늘날 세계 여러나라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모국을 떠난 기민도 유랑민도 아니다. 재외국 한인들은 지금 한민족이 지니고 있는 커다란 자산이다. 한민족 화해와 호혜평등의 원칙에서 재외동포를 비하시키는 어휘는 모국에서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고국을 등지고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가 아니다. 우리가 택한 새 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값진 인권과 자유를 누리며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 미주 한인들이다. 우리는 떠나온 조국을 돕고 평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교포’가 아니다. 우리는 미주 한인이다.
김 이사가 동포라는 호칭 대신에 한미인, 한화인, 한일인 등으로 부르자는 것은 연구해 봄직하다. 그러나 우선 ‘교포’나 ‘교민’이라는 말부터 쓰지 말자고 제안하고 싶다.
오인동 정형외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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