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횡단 드라이버라는 직업은 보는 것은 많지만 듣거나 말하는 것은 아주 적은 그러한 직업이다. 직업상 영어의 어려움은 없느냐고 물어오는 분들이 많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이 곳에서 대대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영어를 잊어버리고 살 것이라고 답해주고 싶을 만큼 이 직업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짐을 실으러 가서는 아주 국한된 한두 문장의 말을 하면 되고, 몇날 며칠을 혼자서 자연과 벗하며 달려가면 된다. 물론 전화로 필요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그것은 모두 한국말이니 영어와는 거리가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또 항상 하는 정해진 영어 몇마디면 아주 훌륭히 임무를 마칠 수가 있으니 하지 않는 영어는 점점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짐을 내리고 실을 때 차안에서 비디오를 본다든지, 낮잠을 한숨 자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통의 드라이버들의 식이다. 나 같은 사람은 창고로 가서 갖은 참견을 다하고, 물류의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호기심을 풀기 위한 노력을 한다. 창고에서 물건을 싣고 내리는 일은 중남미 쪽에서 온 사람들이 다수 종사하고 있다. 그들은 유난히도 축구를 즐기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요즘은 어디를 가나 축구 이야기를 많이도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못 알아들어서 못하고, 박자는 기억을 하고는 한국인이냐고 묻고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이 반기며 손뼉으로 장단을 맞춘다. 그 곳이 서부의 대도시이거나 한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대도시라면 감격이 크지 않을 것이지만 아주 한적한 중남부 어느 벽지이다 보니 감격스럽기까지하다.
무심코 그리 가깝지도 않은 철길 위에 한진이라고 쓰여진 트레일러가 그 긴 기차 행렬 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대도시에서나 특히 서부 쪽에서나 볼 수 있던 현대, 기아차를 보수적인 중부, 시골에서 여기, 저기 노랑머리의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운전하고 가는 것을 볼 때, 삼성이나 엘지 핸드폰을 들고는 신나게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때, 우리같이 대형 트럭을 장거리 운행을 하면 자주 소모되는 것이 타이어인데, 금호 타이어는 자타가 그 성능을 인정해 주는 우수한 성능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타인종 드라이버들 사이에서 좋게 이야기되는 것을 듣는 순간에는 어깨가 으쓱해지게 된다.
그리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자연 육체적인 일에 익숙한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고 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때때로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사교성이 없다기보다는 무덤덤한 태도가 아주 당연하게 몸에 밴 블루 칼러의 사람들과 일해 온 몇년간은 괄시받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회의를 느끼곤 했다.
축구로 인해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의 응원 문화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많은 중남미인들로 인하여 이렇게 즐겁고 대우받는 상황에 처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우리의 힘은 꼭 경제적 부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낀다. 물론 경제력이 있으니 여러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는 말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지만 지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축구를 잘하고, 우승 후보에 들어 있는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일등인 나라는 아니지 않는가.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는 일단 경계심을 버리고 마음의 문을 열어야만 진실한 대화가 가능하며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일수록 닫힌 마음의 문으로는 성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축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마음의 문을 열도록 하니 그 가치야말로 어마어마하다고 아니할 수가 없다. 혹자는 “먹고 살일 났나?! 왜들 이리 난리야”라며 요즘 들떠있는 축구 열기에 실감을 못할지 모르나 그것은 분명 살판난 일이며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아주 대단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대륙의 한가운데서 다시 한번 외쳐보는 ‘대∼한 민국’이다.
신 영 트럭 운수업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