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이면
삶의 끝자락에서
아련히 다가서는
너의 친절하고 다정함이
사랑인줄 몰랐던 무딘 나
생각나는 너의 모습
이 세상 하직하기 전에
한번 보고 싶구나.
문학 동인회 모임에서 제일 나이 많으신 윤순점 님 시다. 윤순점 님은 82세다. “언제 사랑을 하였습니까” 하니 초등학교 짝꿍이라 한다. “짝꿍도 좋아 하였습니까” “어데에, 내 혼자서 좋아 했제” 하신다. 우리는 호호 하하 웃었다. 싱그러운 웃음이 한바탕 가슴을 시원하게 하였다.
80을 넘으신 어른이 첫사랑 그것도 초등학교 때 혼자서 가슴에 품은 사랑이 생이 다하기 전에 한번 보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호호 하하 하다가 윤순점 님의 진지한 표정에 웃던 거두고 미안해하였다. 그래도 모두들 싱싱한 얼굴들이다. 눈망울이 반짝 거린다.
누구나 사랑을 먹고 살아 갈 것이다. 우리에게 사랑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어머니라고 하기만 하여도 잔잔하게 저미어 오는 애린 사랑으로부터, 초등학교 옆자리에 앉은 소년의 초롱초롱 한 눈망울 속에 맑은 사랑, 우리가 그런 추억이 있기에 살아 갈만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그런 것들이 삶의 청량제가 된다.
내가 초등학교 때 우리 집에 세들의 살던 같은 학급아이의 노란 얼굴은 자주 내 상상 속에 아련한 사랑으로 번진다. 지금도 그 들판을 그 강가를 고동을 잡고, 저녁 무렵에 젖은 몸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끄러워하던 생각을 하면 가슴에 노란 은행잎이 앉는다.
우리 문인 협회원들은 30대에서 80대까지 연령들이 모였다. 그 연령차를 문학의 열정으로 훌쩍 뛰어 넘는 것을 보면 지친 이민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
김사빈/호놀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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