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월드컵이 시작됐다. 지난 월드컵의 감동을 다시 맛보려는 우리의 기대치는 높아만 가는데 한국팀의 경기력은 우리의 기대치를 밑돌고 있어 속이 탄다. 2002년 월드컵에서 기적 같은 4강의 신화와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친 우리들의 응원문화는 세계 축구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훌륭했다.
그동안 월드컵에 출전하여 1승도 올려보지 못했던 우리가 안방에서 4강에 올랐다. 이번에도 이를 재현해 달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여러곳에서 느껴진다.
이 기회에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한번 냉정하게 평가해 보고 싶다. 가나와의 경기서도 잘 나타났듯이 한국 축구의 큰 문제점은 기본기술이 다른 팀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경기를 볼 때마다 불안하기 그지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축구에서의 가장 중요한 기본기술이 공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상대가 심한 압박을 가해오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일단 볼을 잡게 되면 그 볼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기술이 없이는 고도의 전술을 구사한다는 게 사실 무리다.
이처럼 축구의 기본적 기술이 부족하다보니 상대팀이 조금만 압박을 가하면 공을 어디로 패스 할지를 몰라 당황하게 되고 멀리 차내기에 급급하다. 한국팀이 가나에게 첫 번째 골을 허용한 것도 정말 터무니없는 실수로 준 페널티 킥이었다.
이런 모습은 미드필드 싸움에서도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가나의 수비진에서 볼을 잡으면 침착하게 볼을 돌리면서 자신들이 의도하는 전술에 따라 공격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였다. 이렇게 공수 연결이 잘 되니 우리 수비수들이 함부로 공격에 참여할 여유도 없게 되고 그러다 보니 우리의 공격 숫자가 부족해져서 공격다운 공격을 해보지도 못하고 측면에서 공을 페널티 에리어 가운데로 놓고 그저 요행을 바라는 듯 단조롭기 그지없는 경기를 운영했다.
한국팀과의 경기 후 상대팀 감독들에게 소감을 묻을 때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기동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축구를 구사한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늘 그래왔듯이 기술 부족을 깡다구(?)로 뛰면서 그럭저럭 견디어왔다.
축구란 게 기술이 엇비슷할 때는 부지런히 많이 뛰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그게 그런 대로 통할 때도 있지만 경기 내용이 들쭉날쭉 기복이 너무 심한 게 한국팀이다. 그것을 잘 입증해 주는 것이 그동안 출전했던 월드컵 성적이다. 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부터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치르면서 가진 14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지난 월드컵의 4강 기적은 축구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의 열정 어린 응원과 홈팀의 이점, 그리고 감독의 카리스마가 적절히 합쳐져 좋은 팀웍을 이룩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축구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재능이 뛰어난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여 국가 차원에서 가능한 많이 축구 선진국에 보내 기술을 연마시키고 많은 경험을 쌓게 하는 등 질적인 향상을 꾀하는데 더욱 더 힘을 모아야겠다.
설사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얻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12번째 선수로 늘 그들 곁에서 힘이 되도록 해야겠다.
사무엘 권/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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