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에 살게 된 이후로 나의 가장 행복한 시간은 해질 무렵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저녁노을 때문이다. 퇴근 무렵 유리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난 ‘오늘의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 서두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날 구름의 상태에 따라 매일 다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며칠 전에는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듯 구름이 낮게(투산은 지대가 높음) 하늘을 덮다시피 떠 있었고 해가 산 속으로 숨기 바로 직전과 직후의 붉은 빛은 거의 진한 다홍색이었는데 그 낮게 떠있는 넓은 구름을 물들이는 순간 하늘 전체가 불타는 것 같이 보이면서 아름답다 못해 두려움까지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위압감에 나의 무력함이 느껴지고 ‘마음을 비운다’는 말을 안 해도 복잡한 생활의 잡음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공기가 맑고 탁 트인 하늘을 가로막는 것들이 없어서인지 유난히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선인장과 함께 애리조나의 상징이라더니 그야말로 ‘명품하늘’이다. 좋은 것을 보았을 때, 맛있는 것을 먹게 되었을 때, 좋은 곳에 가게 되었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는 시가 생각났다. 오늘도 기대에 차 카메라 폰을 들고 퇴근준비를 서두른다.
임은형/ 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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