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이에 아내에게 큰 소리를 치다니 너의 남편은 간이 꽤 큰 남자이구나” 누군가 내게 한 말이다. 내 남편이 간이 큰 남자인가?
나의 기억에 남아 있는 아버지는 집안의 왕이요, 아버지의 말씀은 법이었다. 아무리 늦은 시각이라도 아버지가 들어오시기 전에는 잠을 잘 수가 없었고 현관에 나가 두 손 모으고 아버지를 맞이해야 했으며 저녁식사가 끝나실 때까지 옆에서 지켜 있어야 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 이제 아이들은 아버지가 시켜도 자기들의 생각과 틀리면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며 자기들 뜻대로 한다. 남편은 아버지의 권위가 떨어졌다 푸념하나 나 역시 때로는 아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있으니 가정에서 남편이 밀리는 듯하여 가슴이 저리기도 한다.
더구나 40대에 이민을 오니 남편의 한국적인 습성은 굳을 대로 굳어져 있고 나 또한 한국에서와 달리 생계도 같이 꾸려나가야 하고 아울러 가정주부로서의 역할도 그대로 내 몫이니 남편에게 순종적이지 못할 때가 있다. 변해 가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라고 남편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그래도 아직은 다른 아내들에 비해 모든 것에 남편을 앞세우고 남편 뜻대로 하게 하니 내 속도 가끔은 부글부글 끓는다. 때론 나도 남편에게 큰 소리도 치고 싶고 내 뜻대로 하며 살고 싶다. 그러나 속이 답답해도 미국이란 사회가 이민 1세인 남자들이 어깨를 펴고 살기에는 너무도 힘이 들고 설자리가 좁아 어깨가 쳐져 있음을 여기 저기서 보고 느끼기에 ‘남편이 나보다 더 힘이 들겠구나’ 생각하며 참곤 한다.
‘내가 아니면 누가 내 남편의 사기를 높여 주고 쳐진 어깨를 펴 주겠는가 옆에서 같이 의지하며 늙어갈 사람은 남편인 것을…’이란 생각을 하니 오늘도 아내의 반란은 잠시 꾸어보았던 꿈으로 접는다.
박용하/ 웨스트 L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