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피니언란에서 ‘더 이상 퍼주기는 안 된다’는 제목의 독자 글을 읽어보고 놀랐다. 이는 엄연히 개인의 명예와 인권을 훼손시키는 내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 분이다. 과거 현직에 있을 때는 그를 비판하여도 무방했겠지만 지금은 야인으로 물러난 분을 자신들의 생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이라고 본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돈으로 살 수 있다면 퍼주고라도 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퍼준 것을 비난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 아니 저절로 무너지는데 왜 도와줘서 무너지지 않게 하느냐는 것인가? 북한 체제는 300만명이 굶어 죽어도 제3국에 원조 요청을 하지 않고 버티는 체제이다. 절대 저절로 무너지는 체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발전된 남북관계를 보자. 개성공단에 남한의 출퇴근 차가 아침저녁으로 다니고, 휴전선에서 불과 2km 정도의 지역에 세계적인 규모의 LG 필립스 IT 산업단지가 설립되어 가동되기 시작했다. 문산, 파주, 금촌, 일산에 들어서고 있는 고층 아파트와 시가지를 가서 보라. 이런 일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한국의 대북 관계는 민족적 틀에서, 인간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지금 북한의 체제를 붕괴시켜 통일시키려 한다면 전쟁을 해야 할 것이고, 서로 반목하는 관계를 계속한다면 영원한 평행선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행히도 김대중 정부 때부터 한국 정부는 동족을 구제하자는 극히 인간적·민족적 입장으로 접근하여 평화를 이끌고 있다. 그 결과 금강산 관광 개방, 개성공단 개방 등 남북의 교류가 얼마나 크게 확대되었는가.
지금 한국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대북 정책은 북한 정치체제를 바꾸어 통일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체제는 인정하고 간섭하지 않으며, 경제적·사회적 교류를 터서 공존하자는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을 일시에 개방하자는 것이 아니고 단계적으로 이루어나가자는 극히 조심스럽고 안전한 단계적 개방교류이다. 최소한 대북 문제만큼은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이며, 현 정부와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일지라도 거시적 차원에서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논해야 할 것이다.
햇볕정책으로 설사 많이 퍼 주었다고 하여도 북을 개방시키고 남북이 공멸하는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시킬 수 있다면 물질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옛말에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나지 않았다”고 했다.
조국의 분단은 우리 민족이 만든 것이 아니고 외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또한 분단시킨 외세들은 예나 지금이나 통일을 원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남북이 화해하고 민족적 차원에서 왕래하면서 상호간에 통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언젠가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인내하면서 이끌어 우리 민족이 스스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김용훈 한미인권연구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