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필하모니가 지난 15일, 16일 양일간 SF 데이비스 홀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5번, 7번, 8번 등을 연주했다. 이번 연주는 LA에서 공연중이 베토벤 시리즈(어바운드)일환으로 펼쳐졌다. SF 크로니클 지는 살로넨의 지휘를 생동감있고 무게 있는 연주였다고 극찬했고, 나름대로 베토벤의 무게를 전해준 연주였지만 특별히 베토벤만을 들고나온, 이유있는 연주는 아니었다.
베토벤의 음악은 베를린 필을 비롯 뉴욕 필등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들이 수많은 음반을 내놓고 있어 원정연주에서 베토벤을 메뉴로 들고 나오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고, 교향곡의 규모로 보나 작품 성향으로 보나 교향악단의 수준을 충분히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로 차이코프스키나 후기낭만파, 인상주의 음악이 주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LA 필하모니가 베토벤을 주 메뉴로 들고 나온데는 지휘자 살로넨이 나름대로 베토벤에 자신있다는 뜻도 있었고, 베토벤으로 돌아가자는 어떤 클래식의 정통주의를 내세우려는 의도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베토벤의 교향곡은 대단한 하모니나 규모있는 악단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해 볼 수 있기에는 적합한 음악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도 간결하기 때문에 그 음악이 그음악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며 악단보다는 지휘자의 역량에 연주의 성패가 달리기 일수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앙상블의 대명사 조지 셸(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보다는 오히려 다이나미즘을 내세우는 게오르규 솔티(시카고 심포니)의 지휘가 더 들어줄 만큼 능력보다는 개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LA필의 연주는 정교한 맛에서는 오히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보다 한 수 뒤졌고, 오로지 다이나믹과 하모니의 응집력에서 승부하려는 몸부림이 역력했다. 상쾌한 음향보다는 다소 둔탁했으며 그렇다고 노련미도 엿볼 수 없었다. 물론 LA 필의 연주는 베토벤에 관한한 샌프란시스코 에서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70년도 후반에 주빈 메타가 지휘봉을 들었을 당시, LA필의 전성기 소리를 기대하던 팬들에겐 다소 실망이었다.
LA필은 미국내 5대 악단(클리블랜드,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보스턴)을 제외한 6위안에 드는 악단으로서 미 서부지역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함께 쌍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지난 10년간 마이클 틸슨 토마스를 영입, 나름대로 명반을 내놓으며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반면 LA필은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어떤 모티베이션도, 사건도 없이 침체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다.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장기집권할 경우 서부에서의 최고 지위를 샌프란시스코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17일 저녁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을 초청 윌리엄 하워드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크로니클 지는 샤함의 연주를 긴박감 넘치면서도 햇빛이 구름을 뚫고 비추는 찬란했다고 극찬했다. 1971년 미 일리노이에서 태어난 샤함은 3살때 아버지의 고향 이스라엘로 이주, 7살때 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 81년에 이스라엘 필하모니와 협연하는 자질을 보였다. 샤함은 도로시 딜레이에게 사사받았으며 섬세하면서도 특출한 음감으로 좌수아 벨 등과 함께 금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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