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던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음을 비우니까 살 것 같아요. 요즈음은 잠도 잘 오고 밥도 잘 먹어요”라며 마음을 비우게 된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결혼 8년만에 어렵게 아들이 고3이 되었다. 고1까지는 공부를 잘했는데 고2 때부터 공부에서 관심이 멀어지더니 고3이된 지금은 문제가 심각해졌다. 후배는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고픈 일념으로 아들의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공부보다는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하겠다니 엄마의 마음이 어떠할까.
그런데 어느 날 후배의 어머니가 그동안 마음에 두었던 자식에 대한 심경을 얘기하셨단다. 그 어머니 역시 고생하는 것 생각 않고 자식 성공하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사셨다. 지금은 맏아들 집에 살며 다른 자식들이 용돈을 드리니 남 보기에는 부러울 것 없다.
그러나 어쩌다 자식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를 하면 반응이 “무슨 일이 있으세요”이고 얼마의 용돈 드리는 것으로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듯한 태도이니 인생이 서글프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식이 옆에 건강하게 너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너무 애끓지 말고 네 자신도 챙겨가며 살라고 후배에게 말씀하셨단다.
자식들에게서 사랑이든 돈이든 정성이든 받으면 더 넘치게 되돌려 주시는 것이 부모님이다. 꼭 부족해서가 아니라도 받는 순간 그 기쁨이 자식을 키운 보람이 아닐까?
주위에서 효자효녀인 아이들을 보면서 “저 애들은 누구를 닮아 부모에게 그렇게 잘 할까요?”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닮기는 누구를 닮겠어요. 아버지 어머니를 닮았겠지요”이다.
박용하/웨스트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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