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서럽고도 야속하다”라고 했던가. 내가 평양을 방문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떠나는 날 가족들이 헤어지는 광경을 볼 때면 언제나 이 말을 되뇌곤 한다. 아침 6시 전송왔던 이북의 가족들이 비행장 행 버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아버지 내년에도 또 오시라요”하면서 90세 된 아버지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딸이 있는가 하면 “오마니 건강하시고 또 와 달라요”하는 딸은 86세 노모의 품에 박혀서 떨어지지를 않는 다.
지난달 27명 일행과 함께 북한을 다녀왔다. 우리가 방북한 명분은 ‘재미예술인 후원단’이었지만 실은 모두 6.25때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간 것이었다.
북에 두고 온 자식들을 만나러 간 노부모, 누나를 만나러 간 형제, 아버지를 찾아간 아들 등 모두들 목적은 하나-가족 상봉이었다. 나는 6.25때 단신으로 남하했기 때문에 전 가족을 만나러 갔다. 일행중에는 60대, 70대도 있었지만 80대가 더 많았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은 북한을 이미 여러번 방문하였다고 한다.
평양 도착 후 모두 긴장가운데 가족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다가 떠나기 4일전부터 상봉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몇년전에 비하면 대우가 완화된 것이다. 그때는 떠나는 날 비행장으로 떠나기 직전 가족들을 만나 식사하고 그곳에서 작별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번 방문 때도 가족들을 호텔 방안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복잡한 호텔 로비에서 가족들을 만나 트렁크 열어놓고 물건들을 나누어주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압록강, 두만강 근방에 사는 사람들은 평양까지 밤낮으로 3일 걸려서 왔다고 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의 누나는 남포에서부터 오느라 이른 새벽부터 꼬박 8시간을 걸어서 평양에 도착했다고 한다.
우리들은 식당, 다방, 상점 등 일체 우리가 체류하고 있는 호텔 내 시설을 이용해야 했다. 커피 한잔에 미화로 4달러, 다른 음료들은 5달러였다. 모든 가격은 유로로 표시되어 있어서 화폐사용에 다소 혼돈을 느끼게 했다.
예를 들어 점심 값이 86달러70센트(유로 기준으로 계산된 돈)가 나와서 100달러 짜리를 주면 거스름돈 중 10달러는 미화, 다음 3달러는 유로, 나머지 30센트는 중국 돈으로 계산해 주었다.
버스로 평양시내를 달릴 때 남한의 현대자동차가 심심지 않게 눈에 띄었다. 또 호텔이나 큰 건물에서 LG TV도 보았다.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완화된 것인가. 전에는 ‘Made in Korea’ 상표 달린 옷이나 남한제품은 일체 가져 갈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 남한제품 자동차들과 TV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자동차나 TV를 북한에 기증하면서 정치가, 기업가는 이산 가족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를 하고 있는지- 나는 지난 10여년간 몇번에 걸쳐 가족을 방문하러 북한에 갔었지만 이 문제는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
이산가족들은 이제 다 늙어서 무덤이 눈앞이고, 힘은 너무 약하다. 힘을 가진 정치가, 기업가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단지 자유롭게 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많은 이산가족들이 상봉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한을 품은 채 고인이 되고 있다. 우리 일행 중 한사람은 서울에 있는 빌딩을 팔아 13번 북한 가족 방문하며 다 썼다고 한다. 남북으로 갈라진 가족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날이 오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이 경
벨 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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