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운영하는 토요 한글학교 공개수업을 둘러보았다. 넓은 공간에다 넉넉한 시간여유를 갖춘 이상적인 환경아래서, 연령과 학년별로 잘 짜여진 대형 ‘한글학교’였다.
한마디로 학습을 평한다면 ‘이상적인 조건에 지도교사의 열의도 대단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겨우 4~5세 된 어린이에게 글자를 빨리 익히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선생님 모습이 안쓰러웠다. 선생님은 ‘교육방침에 따라 2주안으로 쉬운 철자의 한글을 모두 깨치기로 되어있다’면서 서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한국 말 교육은 아무리 일찍 시작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한글을 집중교육 하는 일은 초등학교 2학년쯤, 그러니까 영어 알파벳을 익힌 후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견이다. 한 ‘글’이전에 한국 ‘말’부터 준비가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한인 1세들이 본국에서 영어공부를 글과 문법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일상회화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불편을 안고 있지 않은가. 이런 교육기관의 호칭부터가 ‘한글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원’으로 개칭되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는 여덟명의 손자손녀들이 돌쟁이부터 11학년까지 층층이 줄을 대고 있는데 그 중에는 한때 한글공부를 선택했던 아이가 있고, 지금도 한글학교를 다니는 아이도 있다. 또 지난날 내가 한국말 못하는 한인 여고생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는데 공부에 성의가 있어서 불과 한 달만에 한글을 아주 정확하고 곱게 받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도마뱀’이라고 반듯하게 적어 놓고도 그것이 음식인지, 꽃인지 분간을 못하는 웃지 못 할 사건이 벌어졌었다. 한 달 동안에 글은 깨쳤지만, 언어에 통달하거나 한국적인 정서에 접근할 수는 도저히 없었다
내 손자 중에 한 녀석은 작별인사를 한답시고 방금 떠나고 있는 손님을 향해서 “안녕히 계세요!”하며 꾸뻑거리고, 등교하면서는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라고도 한다. 할머니에게 한국말을 하라니까 “아빠 헝아 가지고 와요” 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 노력이 가상하고 귀엽다. 하지만 저들이 성인이 되어서 같은 말투를 쓴다고 상상해 볼 때 심각해진다. 지금부터 “안녕히 가세요. 다녀오겠습니다. 아빠가 형 데리러 가셨어요”등 바르게 말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시간도 벌고, 장차 유익한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말’을 못하는 한‘글’ 교육의 맹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사라/세리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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