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 행사에서 사회를 보게 되었다. 참가 인원이 많아서 부페로 준비된 음식 테이블에 장사진이 생길 것을 피하고 줄 서있는 시간을 유용하게 쓰기 위해서 테이블의 번호대로 순서대로 나가고, 그 동안 다음 테이블의 내빈을 소개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그리고 나서 지금부터 음식 드시러 가시라고 했더니, 이제까지 설명한 말은 뒤로하고 한인사회에서 덕망 있는 분의 테이블에서 제일 먼저 일어서니까, 여기 저기서 일어나는 북새통으로 인해서 인물소개는 물 건너갔다.
지금이 내가 나설 때인가 하는 물음이 절실히 느껴졌다.
한인회장 선거만 해도 그렇다. 이제까지 역대 회장들의 봉사가 어디가 약한가, 나라면 어디를 어떻게 보강하여 더 잘 해볼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고 후보들이 나왔어야 했다.
내가 나설 때인가, 나 보다 다른 사람이 하면 더 낫지 않을까 심사숙고하는 풍토가 있었으면 한다.
붉은 악마 응원단 모습이 TV를 틀 때마다 나온다. 4년전의 열광적인 응원을 기억하며 미국 땅에서 또 다시 태극기를 흔들면서 다시 한번 한인들의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는 광고이다. 그런데 미국이란 나라에 이민 와서 자녀들을 훌륭한 미국시민으로 만들면서 이 나라의 일원으로 살려는 우리가 꼭 그렇게 해야 할까.
우리는 하루 속히 한국이라는 어머니 나라에서 독립하여 미국에서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나라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완전한 미국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얼마전 반이민 시위 인파 중에도 태극기를 들고 활보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런 때 태극기를 가지고 내가 나설 것인가, 그것이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될까 먼저 생각해 봤어야 하다고 믿는다.
이윤호/우드랜드 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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