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우러나오는 노래…, 조수미의 진면목 보여주겠다
세계적인 콜로라투라 가수 조수미가 샌프란시스코에 온다. 국제 무대 데뷔 20주년을 맞이하여 오는 6월8일 SF 데이비스 심포니 홀 무대에 서는 조수미는 이번 공연에서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성가곡 등 자신의 애창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페라 마술피리중 ‘밤의 여왕’으로 이시대 최고의 ‘밤의 여왕’이라고도 알려진 조수미는 명실공히 한국이 낳은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이다. 카라얀이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극찬을 보낸 바 있듯이 타고난 미성, 크리스탈 고음으로 세계 성악계를 석권하고 있다.
조수미는 20년전 이태리 트리에스테 오페라에서 ‘리골레토’의 ‘질다’ 역을 맡으면서 국제적인 스포트라잇을 받기 시작했다. 작은 체구 그러나 야무진 창법과 미성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키고 있는 조수미는 문화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공연을 앞두고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인다며 팬들에게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노래를 들려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조수미씨와의 일문일답
-미주 순회공연을 앞두고 윈스컨신(밀워키)에서 오페라를 공연중인 것으로 아는데 콘디션이 어떠한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적’을 공연하느라 다소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윈스컨신의 날씨가 걱정했던 것 보다 아주 맑고 따뜻하여 콘디션 조절에 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공연이 끝날때까지 좋은 날씨를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베이지역은 몇번째 공연 인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워낙 많은 연주 여행을 다니다보니 기억이 오락가락할 때가 많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몇년 전 샌프란시스코의 남쪽 어디에서인가 공연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확실한 인상을 심어 두겠다.
‘아름다운 도전(beautiful challenge)’이라는 제목으로 노래부르게 되는 데 특별한 뜻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목표를 이뤄 기쁘다. 그러나 아직 할 일은 여전히 많다. 전세계를 돌아 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나로서는 도전이다. 건강이 늘 염려되는 사항이고 그렇기 때문에 팬들이 보내주는 ‘건강하라’는 이메일이 가장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건강관리 비결은 무엇인가
-나에게 노래는 박수를 받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사명’이나 다름없다. 한국의 문화를 세계 팬들에게 소개하고, 인간 ‘조수미’의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강한 욕망과 투철한 사명감이 건강유지의 비결인 것 같다.
-얼마전 부친상을 당했는 데 어떠했는가?
- 당시 파리에서 공연이 있었는데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가장 힘든 시기였다. 가족들이 음악회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말렸다. 그날 아버지를 위해 ‘아베 마리아’를 앵콜 곡으로 바쳤다.
-좋아하는 가수라든가 롤모델 같은 것이 있는가?
마리아 칼라스는 나의 롤 모델같은 존재였다. 물론 칼라스의 목소리는 나와는 전혀 다르다. 내가 고음을 잘내는 콜로라투라 가수라면 칼라스는 보다 극적인 아리아에 어울리는 가수였다. 그러나 같은 여성으로서 칼라스의 극적인 삶에 공감한다.
-칼라스 시대와 현대를 비교해 보면 무엇이 다른가?
-칼라스가 활동하던 50년대와 현대의 성악계는 많이 다르다. 우선 현대는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삶이 과거와는 비교도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클래식이라는 딱딱한 틀에 안주했다간 과거와 같은 호응을 얻을 수없다. 요새 팝과 오페라를 아우르는 팝페라가수가 유행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무엇이든이 대중이 요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 인상적이었던 공연이라든가 자신의 장점에 대해 말해달라
- 20년전 이태리에서 ‘리골레토’의 ‘질다’ 역을 맡으면서 국제무대에 데뷰했다. 이후 푸치니의 작품을 비롯 베르디, 벨리니등 많은 오페라를 통해 라스칼라 무대에도 섰고 뉴욕 멧츠에서도 스포트라잇을 받았다. 모두가 나에게는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장점이라면 아무래도 고음 영역을 소리내기 힘든 모차르트의 ‘마적’중 ‘밤의 여왕’ 역으로 유명하다는 점일 것이다. 이밖에도 도니젯티의 루치아 중 ‘광란의 아리아’도 개인적으로 잘 부를 수 있는 아리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다.
-요사이 오페라 출연보다는 독창회에 열중인데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오페라보다는 독창회를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오페라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극적인 감동을 주는 것도 보람된 일이지만 성격상 여러사람이 관여해야하는 오페라는 필요이상으로 신경써야할 일이 많다. 지휘자와도 맞아야 하고 배역을 맡은 파트너와도 호흡이 맞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합일하여 만족스러운 오페라를 마쳤던 경험이 나에게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없다. 그러나 독주회의 경우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고 또 프로그램에서 부터 진행까지 자신의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할 수 있다. 독창회가 더욱 스태미너가 필요하고 힘든 연주회라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잡다하게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오페라 무대가 더 힘들다. 나는 아무래도 독창회 체질인 것 같다.
-한국 성악계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한국인들의 목소리는 타고났다. 한국사람들이 성악에 재질 있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그러나 성악이 기악분야보다 전망있다는 판단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먼저 성악이란 기악과는 달리 언어장벽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문화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난관이며 한국사람이라면 넘기 힘든 벽이기도 하다. 또 언어의 난관을 무사히 넘어섰다고 해도 유럽무대의 경우 아직까지는 동양인 성악가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다. 마스크도 그렇고 해서 배역을 얻어내기가 매우 힘들다. 미국은 다소 나은 편이지만 아직까지는 유럽무대를 발판으로 삼지 않고는 성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힘들다. 성악은 또 노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언터테인먼트 기질도 필요하다. 즉 자기선전과 상업적인 정신없이는 세계적으로 크기 힘들다고 본다. 한국성악계의 전망이 그렇게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이번 베이지역에서 부를 곡들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팬들에게도 한마디 해달라.
샌프란시스코는 문화도시로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도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긴장도 되고 설레이기도 한다. 이번 순회공연을 앞두고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해 왔다. 그것은 데뷰 20주년이기도 하면도 나자신을 되돌아보는 결산의 무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수미라는 성악가는 한 개인으로서의 조수미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즉 한국의 문화수준을 가늠해 보는 척도이기도 하다. 조수미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의 경제수준, 문화수준의 뒷바침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이번 공연은 그러므로 한국음악계의 변천사를 엿볼 수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많이 와서 꼭 봐주길 바란다. 특히 미국인들보다는 한국팬들이 많이 와주길 바라고 있다. 이번에 준비한 곡들은 우리나라 가곡들과 미국 가곡, 이태리 가곡, 오페라 아리아, 불란서 가곡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곡했다.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노래, 조수미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이다.
<정리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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