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꽤 괜찮은 남편이라고, 우리 부부는 아무 문제없다고 자부했었는데 그 동안 아내가 일방적으로 맞추느라 지쳐있었고 서로 말못하고 쌓아 두었던 불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비영리 단체‘패밀리 세이버 센터’(소장 이충근)의‘하나 부부교실’에 참석했던 한 남편의 고백이다.
가정불화가 빚은 끔찍한 살인사건이 줄을 이었던 잔인한 3·4월을 지낸 후 한인가정들은 행복한 부부생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한인들, 특히 남편들은 “가정불화로 빚어진 참극은 나와 우리 가족과는 전혀 상관없는 먼 세상의 일”이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충근 소장은 “한인 남편들은 가정에 문제가 있어도 시간이 없어서, 귀찮아서, 사생활을 남에게 공개하기 싫다는 이유로 상담이나 교육받기를 꺼려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잠재돼 있는 문제를 구태여 끄집어내고 싶지 않아서 그냥 덮어두고 가겠다는 남편들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랜 세월동안 단 한번의 위기 없이 지내왔다고 자부하는 부부의 경우 지독하게 운이 좋아 너무도 ‘잘 맞는’ 천생연분을 만난 경우가 아니고서는 한 명이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맞추거나 혹은 아예 자포자기하고 사는 경우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다.
미주 한인주부들의 포털 사이트 ‘미시 USA’에 표출 된 한인부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남편이 부인이나 자녀 돌보기는 뒷전이면서 효자 노릇은 하려고 한다”였다. 남편은 가정에 충실하지 않아도 부인에게는 일방적인 희생과 효부노릇을 요구하는 것을 당연시 해 온 한국사회의 기형적 사회구조가 가져온 결과다.
반면 남편들의 불만은 “부인의 끊임없는 불평, 불만, 잔소리를 참을 수 없다”라고 한다.
이는 부부싸움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로, 부인들은 의사 표현시 지나치게 감정적이 돼 남편을 공격하거나 무시하는 언어폭력을 휘둘러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이 때문에 남편들은 심지어 자신이 잘못한 상황에서도 반성하기보다는 일단 짜증을 내거나 대화 자체를 회피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화의 기술이 부족한 탓이다.
가정상담 전문 소셜워커 이성희씨는 오랜 세월을 다른 세상에서 지내온 두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대화 기술을 기르는 방법은 단 한가지로 서로의 대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뿐이라고 지적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작은 문제라도 대화로 풀어내는 노력을 부부가 함께 기울여야 한다. 언제까지 덮어 둘 수만은 없지 않는가.
홍지은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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