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캐나다에서 남가주로 이주해온 사람이다. 이민 수속관계로 아직 직장도 정하지 못하여 시간 여유가 있기에 이곳 도서관을 찾아보았다.
캐나다에는 한인들이 많이 살지 않는 관계로 도서관에 한국책이 있기는 하지만 책도 오래되고 양도 많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다. 이곳 LA 도서관은 캐나다와는 많이 다르리라는 설렘으로 찾아보았다.
과연 한인타운 가운데 있는 도서관은 입구부터 한글간판이 붙어있어 자랑스럽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책을 둘러보면서 우리 한인들의 의식수준이 이 정도인가 하는 마음에 정말 실망스럽고 창피하기까지 하였다.
책갈피 사이에는 많은 낙서와 음식물을 떨어뜨린 자국 등이 있었고 분명 여러 권으로 된 책에는 한꺼번에 대출하고 반납해 달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짝이 맞지 않고 없어진 책들이 너무 많았다. 도서관 사서에게 물은즉 책이 많아 분실되었다고 했다.
읽고 싶은 책을 짝이 맞지 않아 읽을 수 없을 때의 서글픔과 분노는 우리의 의식수준을 생각하게 했다. 스포츠 행사 때마다 대규모로 모여 세계를 향해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우리가 아끼고 보살펴야 할 공공 물건에는 왜 이런 수준밖에 되지 않았을까.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과연 내 물건이었으면 이렇게 취급하였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가슴이 아팠다. 삭막한 이민 생활에서 책 한권이 주는 기쁨을 느껴보지 못한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이용하는 도서관의 책을 내 것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쓴다. 우리 모두 책을 사랑합시다.
이상일/토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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