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된 딸에게 누군가 물었다. “한국에서 사는게 좋니, 미국에서 사는게 좋니?”
그 말에 딸아이는 주저 없이 ‘한국’이라고 답한다. 두 살도 채 안된 나이에 미국에 와서 미국학교에서 커 나간 아이의 입에서 미국보다 한국이라는 대답이 나온 것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매년 한국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한국, 어디에서라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엄마아빠의 뜻대로, 미국학교에서 만족한 생활을 하면서도 늘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에 대해 알아나가는 사람으로 커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나의 대답은 어떨까? 처음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떠올린 단어는 바로 ‘도전’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나가며 무엇이든 배우고, 익숙해져야하는 생활 속에서 내가 마주한 것은 나 자신을 넓혀가야 하는 현실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내가 가져야 할 것들만 보였고, 그러기에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
나의 경험의 세계를 넓혀나가는 동안 성취의 기쁨도 있었지만, 쓰라림을 느끼기도 했고, 서글픔이 앞을 막기도 했다.
낯선 생활에 ‘적응’이란 이름으로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다른 문화에 나를 집어넣는 노력을 해 나가기에 미국에서 한국어를 쓰고, 한국문화를 잘 아는 내가 미국사람들보다 더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양쪽 문화를 흡수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오늘을 살고 있기에 말이다.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품고 어울려 사는 이곳 미국에서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느끼고 산다면 그것으로 내가 살아갈 세상은 더 넓어진다. 그리고 그 넓은 세상에서 내 경험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쓴다면, 그것으로 긴장감을 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사는 타향살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비록 늘 한국을 그리며, 한국생활이 더 좋다고 답한다 하더라도.
김현주/전 TV 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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