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는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봉사기관이다.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동안 외면 당해온 것이 사실이다. 공적자금 사용의 불투명성과 자리 싸움으로 스스로 추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인회 무용론을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기도 하고 한인회장은 돈 많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너도나도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일꾼으로서의 자질이 문제이다. 감투, 명예, 실권, 정치적 발판, 이런 타산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 봉사라는 의미 그대로 한인회는 한인들을 받들고 섬기는 자리이고, 헌신하는 자리일 뿐이다.
봉사자는 말을 앞세우지 않는다. 나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리고 주류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참신한 지도자이어야 한다.
공자의 말이 생각난다.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을 모두 좋아하면 어떻습니까?”
공자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 “그 사람을 모두 미워한다면 어떻습니까?” 두 번째 질문에도 역시 옳지 않다고 대답했다.
선한 자는 그 사람을 좋아하고, 악한 자는 그 사람을 미워함만 못하다고 했다. 지도자는 좋은 사람보다는 의로운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의로운 사람의 본성은 수오지심(羞惡之心)에서 나온다. 불의를 부끄러워하는 양심인이다. 그리고 부정을 개선하려는 행동인이다.
지금 우리는 이런 의로운 한인회장이 필요하다. 우리는 화합을 내걸고 다인종과 어울려 산다. 유독 한인을 과시하는 떠들썩한 행사를 많이 본다. 자화자찬으로 애써 위안을 삼으려 한다. 자칫 모나게 비치기 쉽다.
냄비처럼 쉽게 끓어오르지 말자. 꽹과리처럼 요란하지 말자. 방대한 사업 계획으로 힘겹게 방방 뛰지도 말자. 알차고 은근하게 남이 부러워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작은 것이라도 한인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진정한 봉사자의 역할이다.
차기 한인회장에 대한 기대는 ‘신뢰받는 한인회’ ‘품위 있는 한인회’를 만드는 일이다. 소리 없이 손수레를 밀어주기 바란다. 고개 숙이고 밀면 밀수록 한인회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다.
고영주
국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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