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아내 가운데 남편의 눈물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눈물속에는 좌절, 분노, 허무, 무거운 삶의 무게가 통째로 담겨 있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그리 붙잡던 직장도 마다하고 물을 건너 이곳 미국 땅에 둥지를 튼 지도 23년이 흘렀다.
자녀들도 꼬마에서 이제는 성년으로 어엿이 잘 성장하여 주고 가정도 그런대로 정착 되어가는 것 같아 안도의 숨을 쉬던 순간 92년 폭동으로 삶의 터전이 시커먼 재로 변해버렸던 분노의 시절,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다시 재기에 온 몸을 바쳤으나 어처구니없는 금고털이 사건이 터졌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핸드백 날치기 사건까지 겹쳤다.
이를 악물고 쉬는 날도 없이 몸이 부서지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살아온 나날들… 이렇게 착하게 조용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문에서나 보아오던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나는데 할 말을 잊어버리게 된다.
아내가 “여보 나 어떻게 해” 하고 절규하며 들려오던 전화 목소리. 어디서부터 무엇을 처리해야 하는지 혼미해지던 순간 그 백을 뺏기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 온 몸에 멍든 상처들… 그까짓 돈 때문에 세상사는 동안 이런 모진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더욱 돈이 밉기까지 하다.
신문 지상에 오르는 비정한 아버지들의 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그래도 우리는 그런 것 하고는 동떨어져 있으니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나쁜 일이 겹치다 보니 모든 것이 나의 부덕의 소치인 것 같고 애당초 미국행 결정이 잘못되었던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아내가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일터로 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더욱 고맙고 자랑스럽다. 더욱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우리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참고 더욱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들을 도와주며 같이 살아온 모든 사람들에게 그 고마움도 되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스티브 신/ 월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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