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을 받으러온 여성 환자의 옷을 벗기고는 진찰한다며 ‘부적절’하게 만졌다는 독자투고를 읽었다. 그 의사가 잘못을 인정했다고 하니 ‘부적절한’한 일이 있었으리라 짐작하여 그 의사를 변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독자들이 진찰 받을 때 환자 대 의사의 관계에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지 않을까 염려되어 의사의 입장을 얘기하려 한다.
바쁘고 ‘귀찮아’ 약식 방법을 써서 그렇지 환자를 진찰할 때는 옷을 모두 벗기고 가운 같은 것을 입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의과대학이나 병원 수련과정에서는 환자를 진찰할 때 어디가 아파서 왔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체를 진찰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머리가 아파서 왔더라도 진찰을 할 때는 가슴 항문 자궁 등 전체를 진찰해야 되고 또 보험회사에서도 의사가 그런 진찰을 다 한 것으로 간주하고 지불을 한다. 비록 감기증세 때문에 어느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은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 환자가 몇달후에 다른 병원에서 유방암 또는 자궁암 진단을 받게 되면 감기를 치료했던 그 의사도 고소를 당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이해하기 바란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의사가 환자를 세밀하게 진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환자 역시 다소 수치감이 있다 하더라도 일단 병원에 왔으면 세밀한 진찰을 받는 것이 자신에게 유익하다는 생각을 갖기를 바란다. 투고자가 지적한 그런 분위기 때문에 많은 남성 의사들이 젊은 여성 환자들의 유방 진찰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은데 후에 크게 후회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음을 생각하기 바란다.
인간의 성적 감정은 선정적인 분위기에 의해 영향받는 것이지 단순히 신체의 어느 부위를 보거나 만진다고 해서 자극되는 것은 아니다. 진찰을 받기 위해 밝은 조명아래 진찰대에 누워있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선 대부분의 경우는 성적 무감각 상태임을 환자들이 이해하고 진찰행위로 인한 다른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김홍식/로랜하이츠·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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