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할 수 없는 사람, 용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까웠던 사람에게서 배반이나 거부당했다고 생각되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고통의 기억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마음속 깊이 박혀 때때로 분노의 감정과 복수하고 싶은 배반감, 통증으로 나타나고 인간관계에서 깊은 불신, 관계의 단절로 나타난다.
사순절은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신앙의 성장과 더불어 자신을 성찰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더 깊이 경건하게 기도하지 않은 것,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도와주지 않은 것, 계획한 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등 자신의 삶과 행동을 되돌아보며 후회하고 슬픔을 경험한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은 나를 배반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다시 전같이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실망하는 것이다.
마음 속 깊이 파묻힌 용서가 안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느끼는 절망감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해결해줄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머리에서 생각하고 결정하듯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사순절 기간, 십자가 죽음의 3일간 가장 고통받은 사람은 스승 “예수를 모른다”고 3번이나 부인함으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배반을 한 베드로 자신일 것이다. 스승이 고통받고 있는 시간에 반석이 될 것이라는 예언까지 받은 일등 제자 베드로는 날씨가 춥다고 불을 쪼이고 있었던 고약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음으로 배반의 기회를 자초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아마도 자신이 들은 3일 후에 부활한다는 말에 대하여 가장 기뻐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 자신이 어떠한 죄를 지었는지 알므로…
3일 후에 성경에 쓰인 대로 다시 살아난 예수는 “먼저 여성들에게 나타났고 다음에 베드로, 다음에 12제자, 다음에 500명의 믿는 자들에게 나타나셨다”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예수는 먼저 베드로에게 보였다. 왜 하필 그였을까? 베드로의 배반으로 가장 섭섭했을 예수는 그러나 자신을 배반한 사람, 베드로를 먼저 찾았다.
용서는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내면의 고통을 가지고 내재 된다.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용서를 생각하면서 이번 사순절은 용서하고 용서받는 것으로 마감되기를 바란다. 정신건강에 가장 좋은 치료약은 용서이므로.
김금옥
목사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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