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가축 급증, 풀 마구 뜯어 황폐화
방목권리 양도에 합의한 목장주인에 보상금 지급
방목지역 제한, 공동 방목지역 설정 등 단계적 방식
“경제 악영향, 전통 훼손” 일부 목장주인·지방정부 반발
미서부지역의 초원을 다시 살리려는 전략이 저항에 부딪혔다. 유타 보울더의 에스칼란테 강 북부의 연방 소유지에는 소들이 남아 있지 않다. 경관은 빼어난데 초원은 말랐다. 군데군데 풀이 나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황량하다.
그래서 7년 전 애리조나에 본부를 둔 ‘그랜드캐년 트러스트’라는 환경단체가 이 지역 환경을 보호할 목적으로 개입했다. 지역 목장 주인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더 이상 소들이 풀을 뜯지 못하도록 했다. 올 가을까지 그랜드캐년 트러스트는 100만달러 이상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40만에이커 이상의 초원에서 소들의 방목이 제한된 것이다. 모든 게 순조롭게 협상에 의해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가 이 얘기를 최근 보도했다.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서면서 이 이슈가 부각됐다. 이들은 트러스트와 목장 주인들과의 합의가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땅을 근거로 조상 대대로 먹고 산 지역 주민들의 전통에 위협을 가한다고 했다.
지방정부 토지관리국에서 일했으며 현재 유타 주하원의원인 마이클 노엘은 방목할 초지가 사라지면 젊은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되고 오랜 역사와 전통마저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만일 트러스트와 목장주인간의 합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공유지에서의 방목이 완전히 폐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러스트가 목장주인과 합의를 이룰 경우 목장주인은 연방 내무부에 목초지 사용권을 넘기고 트러스트가 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합의의 형태는 다양하다. 일례로, 목장주인이 방목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돈을 받고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의 방목 권리를 허용 받는다. 또 다른 경우는, 목장주인 세 명이 각자 방목 권리를 포기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공동으로 방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다. 물론 보상금도 받는다.
연방정부도 트러스트에 가세해 지역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할 연구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트러스트의 사무총장 빌 헤든은 목장주인과 트러스트가 자발적으로 맺은 합의에 왜 지역정부가 시비를 거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콜로라도 평원을 보호하고 목장주인들에게도 재정지원을 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얘기다.
게다가 지역 경제에 해악을 끼친다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헤든은 말했다. 가축을 계속 방목할 경우 자연환경은 크게 훼손되지만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이 지역에는 소들과 등산객들이 밀려 들어왔다. 소들은 풀을 뜯어먹었고 등산객들은 대자연에 파묻혀 ‘마음의 양식’을 섭취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자연이 점점 황폐화하자 보호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인근의 그랜드캐년 국립기념비 관리 매니저인 데이브 헌세이커는 환경전문가들의 중재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경제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트러스트가 이 문제를 유연하게 다룰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트러스트의 활동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지난 2000년 2만5,000에이커의 방목권리를 판 브렌트 로빈슨은 자신이 기르는 소의 수를 대폭 줄였다. 초지가 줄었으니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유타 주하원의원 노엘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다. 그는 가축을 방목해 풀을 뜯어먹게 해야 초지도 건강하다는 주장을 편다. 그리고 가축의 배설물이 초원을 튼튼하게 한다며 궁극적으로 방목이 자연보호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견지했다.
노엘은, 경제적으로도 지역 주민들은 부자가 아니라고 전제, 소 25~30마리가 자동차 구입, 자녀의 학자금, 생활비 등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의 케인 카운티와 가필드 카운티 주민들은 소득이 낮다. 노엘과 케인 카운티 정부 관리들은 사라져 가는 방목권리를 지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트러스트 관계자들은 주민과 지역정부 관계자들의 반대를 우회하기 위해 방목권리를 전적으로 구입하는 대신 목장주인들이 방목 규모를 줄여 방목권의 일부를 파는 방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도 속으론 불만이 없는 게 아니다. 트러스트 사무총장 헤든은 “파산위기에 직면한 목장에 방목권리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자연보호를 위해 방목을 제한하려는 노력을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거해 진행하는 데 대한 반대에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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