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을 해보면 괜찮은 한 해였다. 전체적인 경제성장률도 3.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걱정 많은 부동산도 꺾이는 분위기지만 놀랄 만큼 어려워지지 않았다. 물가도 걱정되지만 잘 통제돼 있다고 보인다. 카트리나 이후 급상승했던 유가도 일시적 공급 단절의 문제가 안정되면서 가격도 어느 정도 후퇴했다. 기업 수익이 늘어나면서 증시도 평균은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4대 축이라 불리는 일본, 유럽과 중국을 보면 우선 일본의 성장이 가장 눈에 띈다. 10년의 불황을 딛고 드디어 경제개혁에 성공한 결실이 보인 한 해였다. 중국은 연속되는 수출의 급성장과 국내 건설업의 호황으로 올해부터 어려워질 것이라 예상했던 비관론을 깨고 9%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신흥 강대국의 위치를 굳히고 있다.
그나마 어려웠다면 유럽이다. 통합 헌법의 사실상 부결로 유럽의 장래가 불확실해졌고 프랑스의 인종관련 폭동과 독일의 정치상황 불안까지 겹쳐 상당히 어두운 상태라 할 수 있다.
미국보다 일찍 이자율을 올렸던 영국은 부동산 시장이 답보상태를 걸으면서 경기도 하향세에 접어들어 불안한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어려움은 올해의 새로운 현상이 아니어서 특별히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이었다고 할 수 없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면 올해는 중국의 생산과 미국의 소비로 이끌어온 지난 3년간의 세계 경제구조가 계속 이어졌고 이에 일본이라는 변수가 긍정적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견실하게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다가오는 2006년을 낙관적으로 만드는 발판을 구축했다고 하겠다.
그러나 미 경제에는 2005년이 남긴 도전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우선 부동산 시장이다. 이자율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이 조정되면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동시에 부동산 시장의 조정과 함께 부동산 연관 산업, 즉 중개업, 건축업, 자재, 융자 등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예상된다. 특히 신규건설이 왕성했던 지역의 경우 전체적인 침체를 겪을 수도 있다.
유가의 향방도 아직 불안하다. 연말에 60달러대에서 안정권을 이루고는 있지만 언제 다시 급등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고유가 시대가 되면서 그동안 미개발 유전의 가동이 활발해지고 에너지 대체산업이 발달해 점차 가격 상승 압력이 적어지는 점은 유가불안을 줄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지적되는 분야는 환율이다. 올해 초 늘어나는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때문에 약세가 될 것으로 예측된 미 달러가 오히려 강세를 보여 금융계를 당황케 했다. 이 역현상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럽의 정치적 불안 그리고 미국 기업의 해외이익 반입에 대한 일시적 세제혜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났다고 분석된다. 내년에는 이러한 변수가 줄어들어 다시 달러의 약세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으로의 수입품 가격이 올라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별히 중국 위안화의 경우는 변동폭이 제한돼 있어 환율로 인한 가격인상은 많지 않겠지만 무역마찰로 인한 미정부의 셰이프 가드 발동과 그 이후 한시적 쿼타 부활로 인해 수입가격 상승 요인이 커 역시 부정적 요소로 됐다.
이상의 상황을 기초로 한인 경제의 2006년도 전망을 하면 낙관적 미국 경제와 한국 경제의 환경적 요소가 좋아 전체적으로 밝은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제가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까지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미 경제의 불안 요인인 부동산과 환율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마찰이 한인 경제의 두 주역인 부동산 관련업과 의류업에 아주 밀접히 연관돼 있어 다른 지역보다는 잠재적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2005년을 잘 마무리하고서 맞는 2006년은 많은 도전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경제에 있어 새해는 그동안의 부동산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는 전환기이다. 전환기에 나타나는 현상은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부의 재편성이다.
한인 경제도 이제 많은 부를 축적했다. 부의 형성만큼 부의 유지와 확대가 중요하다. 80년대 말의 부를 90년대 초 많이 잃었던 경험을 토대로 이번 전환기에는 더 현명한 관리가 필요하다. 불확실할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길게 보면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절제 있는 재산 관리를 하는 것이 결국 부를 축적하는 지름길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전환기의 새해를 맞자.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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