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채널에 동시 출연해 시청자 빈축
4일 오후 5시55분에 시작하는 KBS 2TV 오락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날아라 슛돌이’ 코너. 최근 오락 프로그램에서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가수 김종국이 축구단 감독을 맡아 어린이 선수들을 조련했다. 이날 새로운 코치로 코요태의 김종민이 가세,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공교로운 것은 같은 시간 SBS ‘일요일이 좋다’의 ‘X맨’에서도 김종국과 김종민은 남녀 출연자들과 함께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동시에 지상파TV 두 채널에서 얼굴을 비치고 있었다.
3일에는 3명이 두 채널에 동시에 얼굴을 비쳤다. 김종민, 서지영, 장우혁은 이날 오후 6시께 KBS 2TV ‘스타 골든벨’과 SBS ‘실제상황 토요일’의 ‘연애편지’ 코너에 함께 출연했다.
이처럼 ‘순간 공간이동’하는 스타는 주말 오후 지상파 오락 프로그램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물론 미리 녹화를 마친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때문에 스타가 실제로 ‘공간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에게는 상당히 ‘이상한 현상’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방송가의 ‘수요 공급의 법칙’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오락적인 재능을 갖춘 ‘잘 나가는’ 연예인의 수는 한정된 반면 프로그램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많다. 여기에 음반이나 영화의 홍보를 원하는 연예인측이 적극 가세함으로써 시청률을 올리려는 제작진의 이해와 잘 맞아떨어지게 됐다.
’해피선데이’의 연출을 맡고 있는 이훈희 PD는 프로그램 MC의 경우 계약을 한 후 출연시키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에 겹치기 출연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하지만 게스트는 계약관계가 아닌 데다 활동기간도 한정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상파에서 주말 저녁 시간대는 시청률 경쟁의 ‘최전방’으로 여긴다. 제작진으로서는 시청률을 담보할 수 있는 연예인 섭외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X맨’의 장혁재 PD는 사실 주가가 높은 연예인에게 이기적으로 우리 프로그램에만 나와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다. 솔직히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는 형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방송 프로그램 겹치기 출연에는 영화 배우들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홍보를 위해 개봉에 앞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TV에 출연한다.
심한 경우 거의 매일 저녁 채널을 바꿔가며 얼굴을 비친다. 그러다가 영화 홍보기간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방송 출연을 ‘자제’한다.
한 방송작가는 타 방송사와 방송 시간이 안 겹치게 섭외하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며 특히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는 여러 연예인들이 집단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방송가의 이런 현상의 피해가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시청자로서는 지상파의 경우 주말 오후에는 별 선택의 여지가 없이 특정 장르에서 특정 스타들의 활약만을 지켜봐야 한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온라인 게시판에는 ‘연예인 겹치기 출연 너무 심하다’, ‘○○씨 겹치기 자제하시죠’ 등 네티즌의 차가운 반응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지상파는 주말 저녁에 10~20대에만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며 하지만 사실 이 시간대 주시청자는 중년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청률 자료 정밀 분석을 통한 시사교양 프로그램 개발과 편성의 차별화로 주시청층인 40대 이상이 볼 만한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당연히 스타 겹치기 출연 현상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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