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편집국에 걸려온 전화를 무심코 받고 속된 말로 김이 샜다. 신문구독을 중단하겠다는 한 독자의 통보였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구독을 중단하는 이유는 대개‘타주 이사’아니면‘귀국’인데 이 독자는“신문에 볼 것이 없어서 끊는다”고 잘라 말해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떨떨했다.
종합 일간지는 독자층이 다양하므로 각자의 성격이나 취향, 또는 직종에 따라‘볼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독자에겐 한국일보에서 볼 것이 없었을 수도 있다.
미주 한인사회에서 가장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한국일보는 애당초 이민생활의 길잡이를 표방하고 출발했다. 이민자들에게 각종 생활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을 최 우선순위로 삼았다.
이 같은 자세는 30여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하다. 기자들이 한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생활정보를 열심히 찾아 보도한 뒤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
일단 짜리 무료 유방암검사 예고기사를 보고 찾아가서 2만달러 이상 드는 수술을 무료로 받았다고 알려온 독자가 있었다. 장학금 선발 기사를 보고 신청해 수 천달러의 학비를 마련한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신문에서‘볼 것’을 제대로 봤기 때문에 엄청난 혜택을 받은 독자들이다.
지난달 시애틀 지역에 처음 배포된 메디케어 한국어 책자를 본보가 일정량을 확보, 독자들에게 배포한다는 기사가 간단히 보도됐는데 반응은 너무나 뜨거웠다. 워싱턴주는 물론 타주에서까지 신청자가 쇄도, 두 차례에 걸쳐 확보한 150여권이 금새 동났다.
책자를 우송 받은 노인들로부터‘너무너무 고맙다’는 인사전화가 편집국에 줄을 이었다. 감사 표시를 하겠다며 집에서 담근 막걸리를 들고 페더럴웨이서 버스를 타고 본보를 찾아온 노인도 있었다.
낚시, 조개 채취, 등산 등 레저정보나 본국 특산물 전시판매 등 살림 정보 기사도 반응이 뜨겁다. 자녀교육이나 건강에 관한 특집기사를 수십년간 꼬박꼬박 스크랩해온 독자들도 있다.
한국일보를 구독하면 틀림없이 월 구독료(16달러)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은 귀중한‘볼 것’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김현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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