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카운티 선거국에서 선거관계 통역, 번역 등과 함께 한인 자원봉사자를 찾아 필요한 투표소에 배치하는 업무를 계속해 오면서 이번 11월 특별 선거에 즈음하여 우리도 선거 자원 봉사 참여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가 왔다는 생각이다.
선거 때마다 치르는 홍역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을 거듭해 보지만 자원 봉사자들만으로 선거를 치르는 미국의 선거제도하에서는 유권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시민권을 취득할 때 “평생에 한 번쯤은 투표소 자원봉사를 실천하겠소”라는 다짐이나 여차하면 반상회라도 열어 돌아가면서 봉사를 하자는 의견이라도 나와야 할 형편이다. 우리가 필요로 해서 투표소에 한국사람 세워달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그들보고 한국말까지 배워서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와 관련단체들의 협조가 도움이 되긴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생활터전에서 쉼 없이 노심초사 애쓰는 분들을 보고 선거일에 맞춰 시간을 좀 내어주라는 요청을 하기란 쉽지 않다. 여러 이유로 참여가 힘든 분들 사이에서 선거일과 타이밍이 맞춰지는 봉사자를 물색해야 한다. 자기 희생을 수반하지 않는 봉사란 있을 수 없다는 K 목사의 말씀이 떠오른다.
노웍시에 사는 K목사는 “노우” 라는 대답을 모른다. 한인을 위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단다.
목사님을 두고 나는 “예스맨”이라 부른다. 새벽 특별 집회 시에도 다른 분을 찾아 세우고 꼭두새벽 투표소를 찾는 그 분에게서 “노우”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일 영어 못 하는 노인층이나 투표장 분위기에 서툰 내 동족을 돕는 일은 어려움에 처한 자를 돈으로 도와주는 일과 다를 바 없는 적선이요 봉사다.
작년 미 대통령 선거 때 마침 한국말 견본 투표지의 배부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요한 번역상의 실수가 발견되어 신문방송에 정정 기사가 나고 견본 투표지를 재배부하는 등의 소동이 있은 후 많은 분들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올 줄 알았는데 전화통이 너무 얌전해서 은근히 화가 났던 기억도 있다.
보상을 바라지 않고 남을 도울 때 하늘의 보상이 따른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묵묵히 봉사해 오는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언젠가는 ‘필승 꼬레아’ 함성과 함께 구름 떼 같이 몰려오는 붉은 티셔츠의 한인 자원 봉사대로 인해 투표소에 교통정리를 요청해야 하는 그 날이 오리라 상상해 본다.
임학준
LA 카운티선거국
이중 언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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