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P=연합뉴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휩쓸고 간 후 거의 유령의 도시처럼 돼버린 뉴올리언스와 비참한 이재민들의 모습은 초강대국 미국의 이미지를 흔들고 있다.
자연재해에 대한 무방비, 극빈층 흑인, 인종간 불평등, 뒤늦은 구호활동, 약탈 행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또 다른 어두운 얼굴을 본 국제사회는 충격과 우려를 동시에 표명하고 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가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에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나섰고, 전통적으로 적대적 관계에 있는 쿠바와 베네수엘라도 미국에 지원 의사를 밝혔다.
스웨덴의 아프톤블라데트 신문은 카트리나로 물에 잠긴 뉴올리언스가 마치 영화 `매드 맥스’에 나오는 세계 대종말 이후 세상과 같다며 그러나 이것은 영화가 아니라 김이 모락모락나고, 악취가 풍기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타임스 신문은 카트리나가 문제가 많은 나라의 숨겨진 본질을 폭로했다며 미디어의 예쁜 화장으로 가려졌던 빈곤, 인종차별, 이데올로기 투쟁, 공공 부패, 환경 오염 등 미국의 상처가 이제 또렷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학생인 파벨 모스치츠키(23)는 이라크 등 세계 다른 지역에서 질서를 되찾겠다고 하는 나라가 국내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상점 종업원으로 일하는 중국계 푸-레이(23)는 미국이 방글라데시같은 빈국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지경에 이른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부시가 석유와 이라크 전쟁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생긴 사태라고 야유조로 말했다.
한편 서방 선진국들을 비롯해 과거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많은 나라들은 최악의 허리케인을 겪은 미국에 기꺼이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수백만명의 빈민들이 홍수다발지역에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카트리나 이재민들에게 1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수해지역에 특별 구조대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칼레다 지아 총리는 미국 경제개발원조의 주요 수혜국인 방글라데시의 원조는 우호와 공감의 표시라고 말했다.
작년 쓰나미 때 미국의 지원을 받은 태국 정부도 진심어린 답례로서 미국에 60명의 의료진과 쌀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40여년 이상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고 있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도 카트리나 이재민의 치료를 위해 1천100명의 의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했다.
부시 대통령을 `휴가의 왕’이라고 조롱하며 사사건건 미국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도 멕시코만 연안 지역에 100만배럴의 휘발유를 제공하고, 이재민들을 위해 500만달러의 원조금과 200명의 구호인력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k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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