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을 피해 뉴올리언스에서 미시시피주 잭슨한인교회로 피난 온 한인들이 장기 피난처로 이동하기 전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다. <이의헌 특파원>
본보 기자 ‘카트리나’피해현장을 가다
<루이지애나-이의헌 특파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간지 2일만인 31일 오후 1시 허리케인의 북상루트였던 미시시피주 잭슨에 발을 디뎠다. 떨어져 나가 구겨진 교통표지판, 북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 피난민들의 자동차 행렬, 부분적으로만 공급되는 전기, 생필품 사재기에 나선 사람들까지 전쟁터 피난행렬을 방불케 한다.
뉴올리언스로부터 북쪽으로 180마일이 떨어져있지만 이미 잭슨도 사람들이 대부분 떠나기 시작하면서 ‘피난전선’이 점차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주유소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들이 줄을 섰다. 55번 북향 프리웨이를 따라 남쪽부터 기름이 고갈된 주유소가 차례대로 문을 닫고 있다.
재난에 대한 공포심이 사재기로 이어져 주민들이 ‘정신적 공황’ 상태를 보이고 있다. 주유소를 지키던 케빈 리처드 경관은 “사람들이 초조하니까 일단 생필품을 사들이고 있다”면서 “어제는 월마트에서 아예 입장 인원과 금액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전기와 함께 전화사정도 사람들의 속을 태우게 하고 있다. 현지에서 외부로 거는 전화는 잘 되지만 타주에서 피해지역으로 거는 전화는 거의 불통 상태다.
라디오에서는 상황악화를 전하는 특집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피난민들과는 반대방향인 남쪽으로 군차량과 중장비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전쟁터와 다를바 없었다.
잭슨한인교회서 만난 뉴올리언스 한인 이재민들은 ‘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웃고’ 있었다. 가벼운 옷가지만 걸친 한인들은 “너무 기가 막혀서 울면 뭐하냐”고 말하면서도 허탈해 했다.
친구들과 함께 55번프리웨이를 타고 빠져나왔던 유학생 김희중씨는 “달리는 차 옆으로 큰 나무가 넘어져 갔고, 앞에 있던 차는 빙글 돌아버리기도 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몇 달 동안 돌아가긴 힘들다는 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장기 피난처를 찾아 휴스턴, 테네시, 플로리다는 물론 한국으로까지 길을 잡았다.
뉴올리언스 한인장로교회에서 단체로 온 피난민들과 유학생 피난민 30명중 대부분이 휴스턴, 필라델피아는 물론 한국으로까지 떠났고 갈 곳 없는 유학생들만 남아있었다.
남아있는 이들은 오히려 뉴올리언스에 남은 한인들에 대한 걱정이 컸다. 조창식씨는 “어제밤 TV에 등장한 약탈 당한 미용전문점 ‘뷰티 커넥션’은 한인이 운영하는 것”이라면서 “미용재료상 6개를 운영하는 한인이 있는데 한 가게 재고만 100만달러는 된다”고 엄청난 피해규모를 전했다.
대부분 홍수 보험에 들지 않아 보상받기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보다도 먼저 인명피해에 대한 우려가 이들을 지배했다.
남겨진 한인의 수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상황으론 인명피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의헌 기자> argos@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