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콜의 한국 상영을 준비중인 지미 이 감독은 “영화에 파묻혀 산다는 게 외로울 때도 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일, 그것으로 만족”
영화 좋아 의대 대신 영연과 몰래 지원
“나이트클럽은 내 꿈을 지켜준 효자”
영화에 인생을 건 전세계의 할리웃 키드가 몰려드는 LA.
영화나라의 이상향에 도착했다는 감격도 잠시. 할리웃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할리웃 키드가 만나는 그 곳은 엄연한 현실 속의 도시다. 그래서 수많은 할리웃 키드들은 영화 ‘할리웃 키드의 생애’(정지영 감독 1994년작)의 병석(최민수 분)과 명길(독고영재 분)처럼 같은 목표를 향해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할리웃 영화의 환상에 빠져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한 친구의 성장사를 그린 작품.
영화인이란 말을 가장 사랑하는 지미 이 감독도 그 시절을 살아온 할리웃 키드다. 1977년 제대로 영화를 공부한 뒤 한국에 돌아가 큰 배우가 되자는 꿈을 안고 미국에 건너 온 그는 28년째 꿈과 현실 속 할리웃을 오가며 LA에 살고 있다.
TV시대가 시작되기 전인 1960년대. 성동고 연극반이었던 고교생 이 감독은 병석과 명길이 그랬던 것처럼 친구들과 영화서클을 만들어 토요일 오후면 코리아나 극장으로 등교했다. 까까머리를 숨기기 위해 모자를 눌러쓰고, 사복을 준비하는 수고가 번거로웠지만 알랑 드롱과 찰스 브론슨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서울시 교육감까지 지낸 아버지는 장남이 영화에 빠져있는 게 못 마땅했다. 결국 이 감독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원서를 넣으면서도 아버지에게는 가톨릭대 의대에 원서를 넣었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
대학시절 KBS 공채 9기 탤런트로 선발된 이 감독은 당대 최고 인기여배우인 김지미씨와 함께 ‘집을 나온 여자’라는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가 미국에 온 이유는 외국생활을 오래한 삼촌이 “큰 배우가 되려면 큰 세상을 배워라”고 권유했기 때문.
컬럼비아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는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영화판을 떠난 적이 없다. 80년대 인디 영화를 프로듀스 했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와 ‘웨스턴 애비뉴’ 등의 현지제작도 담당했다. 1989년 집을 담보로 빌린 돈 60만 달러로 첫 장편을 제작했고, 지난해 150만달러를 직접 투자해 ‘클로즈 콜’을 개봉했다.
친한 친구들은 가끔씩 “돈만 벌면 영화에 퍼붓는 너와 도박 중독자가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핀잔을 주지만 그는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예술(영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도 가지게 됐으니 그 걸로 만족한다”고 말한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한 장면.
이 감독의 또 다른 직함은 유명 나이트 클럽 익스프레스 대표다. 당연히 ‘술장사로 번 건전치 못한 돈으로 영화를 판다’는 비평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 수근거림을 알고 있다는 이 감독은 “30년 전 미국에 왔을 때 자바시장에서 큰돈을 벌 수 있었지만, 영화를 버릴 수 없어 시작한 게 음식장사였어요. 남들이 뭐라 해도 익스프레스는 내가 영화라는 꿈을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준 효자입니다”라고 말한다.
영화가 좋아 할리웃에 파묻혀 살아온 그는 아이러니 하게도 이제 진정한 영화를 찾아 할리웃을 떠나고 싶어한다.
“좋은 영화는 내 삶과 관련 있으면서 사회 문제점을 지적해주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처럼 할리웃의 공식을 벗어난 그런 영화 한번 해보면 좋겠네요”라는 할리웃 키드의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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