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보험청구를 서류로 하는 대신 컴퓨터에 입력해 처리하는 방식을 고안해 돈방석에 앉은 글렌 툴먼이 이번에는 의료계에 지각변동을 도모하고 있다. 진료 약속과 약 처방을 온라인으로 하고 X선이나 실험결과와 환자기록 등 중요한 정보를 온라인에 비축해 의사와 환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IT가 덜 스며든 의료업계의 대변혁을 기획하고 있다. 의료정보가 온라인에 축적하는 것은 페니실린 발견에 버금가는 개혁으로 툴먼은 믿고 있다.
미국 의료비 1조8천억달러로 1위 불구 서비스 질은 16위
컴퓨터에 환자 기록 모두 입력하고 진단 처방도 ‘클릭’으로
“비용 절감·효율성 제고” 연방의회 양당 공동입법 추진
보험사·고용주에 프라이버시 노출돼 불이익 당할 소지도
온라인 의료정보 시스템은 병원은 물론, 응급실, MRI 검색 시 또는 집에서도 언제든지 의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한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보도한 온라인 의료기록 시스템은 차기 대선 후보로 언급되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빌 프리스트 상원의원이 최근 합동 기자회견에서 온라인 의료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두 라이벌이 ‘한마음’을 보이고 있어 더 힘을 받고 있다. 이 안은 미국 내 의료기록이 중세의 암흑기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를 온라인에 입력하는 것이 절실하며 이를 추진하는 각 지역 의료 네트웍에 재정지원을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의료 정보의 온라인화는 재정의 효율적인 집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시급하다. 의료비의 46%는 정부의 금고에서 나가기 때문이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의 디렉터인 마크 맥크레런 박사는 이 센터의 프로그램에 가입하길 원하는 의사들에게 일정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정보의 온라인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 동안은 기록이 체계화하지 않아 의사들에 대한 의료비 지불을 진료시간과 환자수로만 산정하다 보니 부당하게 의료비가 지불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진료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 기록을 온라인에 입력해 서비스의 질을 정확히 파악하려 한다. IBM이나 GE같은 대기업이 의료기록 온라인화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의료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지출한다. 지난해 1조8,000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런데 22개 선진국 가운데 실제 의료의 질은 16위에 머물렀다. 의료행정의 비효율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70명의 의사가 가입돼 있는 워싱턴의 한 의료단체에는 의료기록을 관리하는 데만 직원 23명이 매달렸다. ‘터치웍스’(TouchWorks)라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인건비를 대폭 절약할 수 있었다.
보험회사나 정부에 의료비를 청구할 때도 신속하게 처리돼, 수령기간이 102일 걸리던 것이 63일로 단축됐다. 의사들은 한눈에 환자의 기록을 볼 수 있어 환자에 의료서비스도 한결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환자의 질환 내역과 복용 약들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일목요연하게 집약돼, 만일 의사가 특정한 약을 처방할 때 온라인 시스템이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다른 약을 일러주어 불필요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의료기록의 온라인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개인의 의료기록이 송두리째 온라인에 입력됐다가 만일 ‘불순한 손’에 넘어갈 경우다. 편리함과 유용함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이다. 보험회사나 고용주들이 개인 정보를 열람한 뒤 개인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이 클린턴-프리스트 안에 들어 있다. 전국을 통괄하는 대규모 온라인화 이전에 지역별로 온라인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뉴욕의 허드슨 밸리의 타코닉 의료정보네트웍은 60만 명의 환자를 관장하고 있다. 비교적 소규모 네트웍이다. 개인의 의료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작다고 할 수 있다. 환자가 토요일에 응급실에 들어간다면 응급실 의사는 온라인을 통해 환자의 주치의로부터 환자의 의료기록을 전달받아 열람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조만간 우리는 크레딧 카드와 같은 작은 장치에 의료기록을 입력해 휴대할 것이다. 아니면 가벼운 수술로 몸에 의료기록을 부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아무튼 의료기록 온라인화는 피할 수 없는, 피해서도 안 되는 큰 흐름이다. 결국 보다 나은 의료행위는 의료관련 정보기술의 개발에 달려 있다. 의료체계의 효율성을 높여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환자 개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